문장웹진(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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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글 쓰는 기계
글 쓰는 기계 김응교 사실 기계들은 자기 프로그램을 업데이트 할 기계적 고독이 필요하여 자기만의 기계실에서 밤새 작동한다 그를 누구도 볼 수는 없겠지만 껍질이 날아간 뼈다귀 로봇 등 뒤 상자 서너 박스에는 유영을 멈춘 지느러미들 생선집 좌판에 파리 날리는 근간 시집들이 옆으로 누워 있다 그의 얼굴은 점점 기계를 닮아 가고 책 모양 사각형으로 바뀌어 옆으로 누운 가자미, 눈알과 손가락만 남아 상상력이 냉동되면 어떤 창작도 휘발되고 너무 많은 과거의 형태와 언어가 얼어붙어 더 이상 신선한 속살을 드러내지 못하는 이 기계에게도 컨베이어에 실려 뜨거운 화덕에서 태워질 운명이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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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모색 ‘평화’를 쓰는 ‘글’
글 쓰는 사람으로서의 태도와 고충도 알아봤고, 분단의 상처와 모순도 느껴 봤으며, 시와 수필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았다. 하지만, 그중에서 완벽하게 내가 얻은 것은 없는 것 같다. 2박 3일의 짧은 순간에서 캠프 그리브스는 나에게 질문을 던졌다. '너'는 '나'와의 캠프에서 '너'만의 '평화'를 얻어 갔느냐? 아니면 '너'만의 '글'을 쓸 수 있느냐? 나는 아무것도 얻지 못했다. 캠프가 끝나면 사라질 아련함과 스스로도 만족하지 못하는 글. 제대로 된 것 하나 얻지 못했던 캠프였지만, 분명히 내 안에는 분단의 아픔이 존재했고, 작가로서의 나도 존재했었다. 이제 내 스스로 할 수 있는 건 스쳐 지나간 '나'를 다시 한 번 찾아가는 것이다. '너'가 질문한 '평화'와 '글쓰기'에 대해 '나'는 '평화'를 써낼 정도로 큰 '글'을 쓸 때까지 캠프는 끝났지만 여행은 멈추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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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글은 뭔 놈의 글?
[민들레 문학특강 참가 후기] 글은 뭔 놈의 글? 김해자(시인) “뭔 집이요? 나는 평생 집이 없었어요. 어렸을 때 고아원에서 자라가지고 13살부터 객지로 사방팔방 돌았어요. 배를 25년 타고 노가다 건설현장 일을 몇 년 하고 몸이 다쳐가지고 기초생활보호 대상자가 되어서 이렇게 쪽방에서 하루하루 사는 목숨인데.... ‘집’ 하면은 내 마음속에 머리끝까지 신경이 솟아요. 이 세상 살면서 나는 지금까지 뭐했나? 내가 바보여서 지금 내 처지가 이렇게 되어 있질 않나? 이런 생각이 나서 화가 많이 나요.” 우리의 첫 만남은 집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화’라는 장벽에 부딪쳤다. “임대주택에 대해 알려 준다고 해서 왔거든요. 희망이 있다면 그래도 임대주택이나 아파트나 이런 혜택을 볼 수 있는 그런 게 필요하지, 어디 들어갈래도 보증금이라도 필요하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