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2)
-
문장웹진 > 문장웹진 > 모색 서로의 곁을 넓혀 가는 이들의 이야기
그가 이상화한 학교의 모습이란 현재의 학교가 아닌 아직 도래하지 않은, 어쩌면 영영 오지 않을지도 모를 세디게의 바람이었던 것이다. 2) 김민령, <리얼리즘 아동문학이 서 있는 자리>, 《창비어린이》 2018년 가을호, 29~31쪽. 3. “원칙이 통하고 정의가 승리하는 곳일 뿐 아니라 다양한 구성원이 어울려 긍정적인 해답을 찾아가는 공동체”로서의 학교는 그들에게 더는 존재하지 않는 듯하다. 그렇다면 그들의 미래는 전적으로 학교 바깥에 있는 걸까? 이 지점에서 우리는 세디게의 목소리에 조금 더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는 “아무도 떠나지 않는 학교”라는, 너무도 자명하게 존재하는 것처럼 들리지만 정작 이 세계에 없는 학교의 상을 희구했다. 혹시 이렇게 말해 볼 수는 없을까. 진형민의 인물들은 단순히 학교를 떠나 위로를 구한 것이 아니라고.
-
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브라질 떡볶이
─ 단편동화 브라질 떡볶이 김민령 우리 학교 앞에는 아주 오래된 떡볶이집이 있다. 가게 이름은 브라질 떡볶이. 열 살 많은 누나가 초등학교에 입학할 때부터 이미 그 자리에 있었다고 한다. 내가 태어나기도 전이다. 하지만 중학교 때부터 이 동네에 살았다는 두준이네 아빠는 브라질 떡볶이에 대해서 잘 모르고 있었다. “실은, 우리 아빠 매운 거 못 먹어. 짬뽕 먹을 때도 막 운다.” 두준이는 아무도 듣는 사람이 없는데 귓속말로 아빠 흉을 보았다. 짬뽕이라면, 난 이미 세 살 때부터 즐겨 먹었다고 한다. 보통의 세 살짜리라면 물에 싹싹 헹군 김치를 먹다가도 맵다고 뱉어버리곤 한다. 누나는 신라면만 먹어도 맵다고 호들갑을 떠는 입맛이라 언제나 짬뽕보다는 짜장면을 고른다. 누나가 어른들 몰래 설탕을 찍어 먹을 때 난 고추장을 찍어 먹던 거다. 매운 음식이라면 뭐든 좋다. 낚지볶음이나 해물탕, 닭볶음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