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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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독자모임 - 한국 소설의 다양한 목소리와 만나다
김지윤 : 김성중 작가의 이전 작품들과는 조금 다른 느낌이어서 신선하고 재미있었던 것 같아요. 제게는 ‘김성중 작가’ 하면 ‘환상’이라는 말이 연관검색어처럼 떠오르거든요. 실제로 소설집 『개그맨』이나 『국경시장』 속에 등장하는 작품들도 그렇지요. 이번 작품은 그런 것 없이 아주 현실적인 이야기들이 펼쳐집니다. 게다가 ‘문학’을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나오고요. 김성중 작가의 자전적인 이야기일까 하는 생각도 하게 됐고요. 또 인물들의 인생을 문학작품들과 연결시킨 게 굉장히 재미있었어요. 이영순 : 저는 작가가 깊이 있는 분이라고 생각했어요. 소설에 작가라든지 습작하는 이야기가 나오면 대부분 재미가 없었는데, 이 작품은 아주 재미있었어요. 저는 김성중 작가의 작품을 처음 읽는데, 생각할 거리들을 굉장히 많이 만들어줬고, 깊이도 있어서 정말 좋았어요. 장수라 : 습작이나 창작하는 사람들의 고충을 알려주는 그런 대목들이 꽤 있어서 공감되고 좋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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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베다도 백수 일지(제4회)
꿈꾸는 것 같은 순간이 있다 – 쿠바와 남미의 나날들(제4회) 베다도 백수 일지 김성중 1. 카리브해의 기적 아바나의 베다도를 벗어나 히론과 시엔푸에고스로 여행을 다녀왔다. 〈쿠바의 연인〉이라는 다큐멘터리 감독으로 알려진 정호현 언니가 이곳에서 한-쿠바 협회 일을 하고 있다. 그곳 직원들이 관광 상품 개발차 떠난 여행에 나도 묻어간 것이다. 덕분에 일 년의 마지막 며칠을 그림 같은 바다와 한적한 지방에서 보내게 되었다. 봉고차 한 대에 여자 넷과 다섯 살짜리 남자 아이로 이루어진 우리 일행은 악어농장에 들러 점심을 먹고, 중국단체관광객의 서슬에 밀려 결국 보트 타는 것을 포기한 채 곧장 ‘히론’이라는 해변으로 왔다. 아바나에서 세 시간쯤 떨어진 바닷가인데 가는 길부터가 환상적이었다. 예전에 이집트에서 시와 사막에 갔을 때가 생각난다. 사막을 찾아가는 길은 그 중간부터가 이미 사막이어서, 도착 전부터 이미 압도당한 기억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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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여러 도시, 친구, 이별을 통과하기
여러 도시, 친구, 이별을 통과하기 김성중 트리니다드로 올라와 한국에서 온 L을 만났다. L은 나처럼 아르코 해외 레지던스 프로그램으로 쿠바에 온 사진작가인데, 일정이 맞아 합류한 것이다. 우리 네 명(L과 큐레이터인 H, 요가 강사인 C)은 트리니다드에서 자주 어울려 앙콘 해변도 가고 동굴 나이트도 갔는데, 랍스터에 와인(둘 다 쿠바에서는 무척 싸다)을 사다 원 없이 먹었다. 숙소에서 만나 친해진 C는 이때부터 일주일간 나의 길동무가 되어 주었는데, 요가 강사라는 직업이 세계 어디에서도 일자리 얻기가 쉽다는 사실을 새로이 알았다. 마요르 광장에서 밤마다 펼쳐지는 공연들, 하이킹에서 만난 서양 친구들, 태풍이 오면 스스로 잎을 뒤집어 준비하는 나무 이야기를 마음의 필름에 찍는 동안 시간은 금세 흘러갔다. C와 나는 산타클라라의 체 기념관에도 같이 갔으나 거기까지만 여정이 같아서 헤어져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