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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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저這
저這 김응교 말[言]이 무엇인가에 얹혀 천천히 끈적끈적 필사적으로 기어간다 암벽을 오르는 덩굴일까 엄마 젖 찾아 기어가는 갓난아이일까 바다를 찾아 옆으로 기어가는 게일까 달팽이일까 기어가다가 모두 경계를 넘어 설 것이다 나도 저 위에 앉아 ?言精進 폴짝 뛰지 않고 필사적으로 기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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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멍쯔 삼촌
멍쯔 삼촌 김응교 내 피의 4분의 1에는 몽골 피가 흐르고 아마 4분의 1은 옛날 중국인 피가 흐를지 몰라 내 몸에는 지구인들 피가 고루 섞여 있을 거야 그니까 삼촌이라 해도 뭐 이상할 거 없지 중국에 삼촌이 산다 삼촌이 쓴 책에 역성혁명이 나오는데 우리는 비슷한 혁명을 몇 번 경험했지 제자가 많다는데, 나는 삼촌으로 부른다 중국인은 멍쯔라 하고 한국인은 맹자라 하는 멍멍, 차갑게 웃을 중국인 삼촌 우리는 계속 역성혁명을 하고 있어 불은 든 프로메테우스들이 많아 멍쯔 삼촌, 우린 심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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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위장
위장 김응교 내시경에 찍힌 피의 골짜기에 정확히 이력서가 기록되어 있다 비대한 레미콘 불그죽죽 정육점 불빛 반짝이며 폭주(暴走)해 왔다 위장 위쪽에 붕괴될 아파트 벽처럼 갈라진 자죽은 감옥살이 스트레스가 지져놓은 火傷이다 매음굴 골목처럼 벌건 십이지장으로 이어지는 통로는 실직으로 초조해할 때 생긴 핏물 진창길이다 가끔 불규칙한 식사는 진물 묻어 있는 기억의 분화구를 곡괭이질 하고 있지만 매 끼니마다 싱그런 웃음을 투입하여 찢어진 솔기를 홀치고 얼룩진 과거를 달래본다 괜찮아? 이젠 견딜 만해요 상처의 골짜기에서 갓 아문 생살이 우주의 맑은 즙을 퍼올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