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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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운명
운명 김태동 언젠가 저 물빛 마시며 저수지 물가에 다다르는 저 햇빛처럼 힘겹게 떠, 오르는 이 붉은 꽃들, 그래 그것들 그것들이 제 울음을 물가 풀어놓을 때 나는 내 운명의 살가죽을 이- 저수지에 풀어놓으며 유영하는 뼈다귀 귀신이 되어 거푸, 거푸 헤엄쳐 돌아다닐 것이니, 고기여 그렇게 멀뚱하니 쳐다보지 마라 휘둥그런 눈의 사슬 던지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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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이 거친 날에
이 거친 날에 김태동 바람이 불고 비가 추적추적 드리우는 이 한낮 안개는 저 세상의 민머리를 쓰다듬으며 저 능선을 넘어갈 즈음 이 봄의, 이 세상의 마지막 꽃잎임을 증거하는 목련 한 꽃잎, 공중에 떠있다 연못의 수련처럼 고고한 정신을 바람에 날리며 흰 날개를 하늘로 세우고 떠, 있는 것이다 미친 바람의 날들이 오리라 거친 비의 계절이 오리라 누군가 중얼거리는 소리 세상 한 켠에서 울려오는 웅웅하는 소리 들으며 나는 조용히 문을 연다 어디론가 휩쓸리는 이 나무 가지들은 제 운동의 육성을 목까지 내어 밀고 거친 눈동자 굴리며 세상을 굽어보고 서, 있다 오늘은 안개를 헤치고 저 산을 넘어가자 떨어진 꽃잎들, 물에 젖은 가지들, 그것들 헤치며 이 세상 벗어나자 그 어떤 미련도, 애증도 지나면 물 속 풍경이 될 것을 이 거친 날 미친 바람 껴안고 민머리 이 고개 넘어가 어차피 저 꽃잎, 마지막 꽃잎 아닌가 그래 거친 바람과 미친 거리 저 생을 증거하는 꽃잎에 다가가 생 통째로 세수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