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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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저는 기울어져도 외 3편
출전 : 김해자 시집 『축제』(애지,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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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부레옥잠
부레옥잠 김해자 떠돌며 사는 것이 운명이다 뿌리 있어도 뿌리내리지 못하고 축축한 생의 자리 흘러다녀야 한다 부패가 그의 양식 폐수로 터질 듯한 복수찬 배 부레삼아 앞으로 앞으로 나아간다 더러운 곳이 그의 거처 더러움 걸러 푸르디푸른 목숨 피워낸다 연보랏빛 향기 뿜어낸다《문장 웹진/20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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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어떤 시인
어떤 시인 김해자 그가 시를 몰랐더라면 이 한새벽에 전화줄 붙잡고 울지는 않았을 것이다 사랑하지만 않았더라도 사랑하고도 시를 업으로 삼지만 않았더라면 사랑하고 사랑했어도 함께 살지 못하는 여자 눈물로 부르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토록 가난하지만 않았더라도 이 세상 꽃구경 나왔을지 모를, 이미 지워져버린 아이와 함께 꽃그늘 아래서 노래하다 곱게 자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가난 때문에 사랑하는 여자 속절없이 저당잡힌 그는 할 줄 아는 게 시밖에 없어 시를 쓴다 쓸수록 가난해지는 게 시라서 시의 집에서 시를 먹고 시를 마시고 아프게 울다 토해낼 게 없어 홀로 시를 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