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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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소설 왓 더 퍽!
작가소개 / 노희준 1999 《문학사상》 신인상. 2005 제2회 《문예중앙》 소설상: 『킬러리스트』. 2016 SF어워드 장편소설 부문 대상: 『깊은 바다 속 파랑』. 창작집 『너는 감염되었다』, 『X형 남자친구』, 장편 『킬러리스트』, 『오렌지리퍼블릭』, 『넘버』, 『깊은 바다 속 파랑』. 《문장웹진 2017년 0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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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소설 장풍의 역사
장풍의 역사 노희준 아마도 그것은 위기에 몰린 입시학원장의 책상 위에서 탄생하지 않았을까. 단기간에 자신의 노하우를 학생들에게 모두 전수하는 건 미친 짓이었지만 일단은 빚부터 갚고 보자는 심산이었겠지. 그런데 예상 밖의 빅 히트를 친 거다. 사실 효과를 본 건 극소수였으나, 너도 나도 그 몇 명이 될 수 있다는 희망을 품고 몰려들었을 거야. 민들레 씨처럼, 아니면 민들레 씨인 척하는 버들개지 솜꽃가루처럼, 녀석은 치맛바람을 타고 엄마들의 ‘나와바리’ 곳곳에 씨를 퍼뜨렸으리라. 뿐이랴. 바깥양반들의 밤 문화를 휩쓸고, 아이들의 일상으로 되돌아와 온갖 형태의 변종으로 번성하는, 때는 바야흐로 속성(速成)의 전성시대였다. 속성파마, 속성다이어트, 속성만남, 속성 게임 아이템, 드라마 속성 폐인 되기 등등. 어디에 가나 ‘속성’이라는 단어가 붙은 간판은 쉽게 눈에 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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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소설 벌거벗은 공주님
벌거벗은 공주님 노희준 “우리 집은 재벌인데 아이엠에프 때 망했어요.” 미라가 느닷없이 말했다. “어느 재벌?” 지혜 짱이 짧게 물었다. “거산이요.” 지혜 짱이 커피를 내려놓더니 반갑다는 듯 말했다. “어머, 그럼 오빠가 성지호? 샌프란시스코 있을 때 파티에서 몇 번 봤는데. 잠깐, 근데 왜 성이 달라? 넌 백 씨잖아.” 두 사람은 스튜디오 한쪽에 놓인 소파에 마주앉아 스타벅스를 마시고 있었다. 두 사람이 정면으로 보이는 작업대 앞에서 열심히 작두질 중이던 나는 자꾸 리듬이 엉켰다. ‘왜 성이 달라?’에서 싹둑, 싸악둑, 하다가 ‘넌 백 씨잖아’에서 싹둑, 싸악…… 누군가의 프로필 사진을 사선으로 자를 뻔했다. “사실은…… 처음 하는 얘긴데…… 우리는 배다른…… 남매예요. 오빠는……” 까지 참다가 나는 끝내 동작을 멈췄다. 미라가 흐느끼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