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3)
-
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그리스 인 조르바
그리스 인 조르바 밥 먹을 땐 밥 먹는 데만 갈탄 캘 때는 곡괭이질에만 키스할 때는 촉감 자체에만 몰두하는 책임의식 전혀 없는 인간망종 이런 남자 만나는 건 강진 화산폭발 쓰나미 이상의 재앙 쉬고 있는 심장과 거대한 광견, 사나운 야수의 영혼까지 다 가진 카잔차키스 원시의 탯줄이 매달린 채로 좌충우돌 질주하는 니코스 카잔차키스 절대로 마주치고 싶지 않는 이 재앙을 딱 한 번은 닮아 보고 싶어져.
-
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색깔의 착란
세기의 작가 니코스 카잔차키스 묘를 찾아 이라클리온 시내를 이 잡듯이 뒤진 것도 기억에 남는다. 지도에 명징하게 표시되어 있는 무덤. 그러나 『그리스인 조르바』에 나올 것 같은 근육질의 사내들이 거리를 활보하면서 에게 해의 펄떡거림을 전해 주는 곳. 우리는 이 생기발랄한 그리스인들에게 무덤에 대해 물었지만 그들이 가리킨 곳은 니코스 카잔차키스라는 술집, 니코스 카잔차키스라는 카페 등이었다. 거리에 널려 있는 수많은 니코스 카잔차키스들. 그들의 손가락을 따라가다가 나는 순간 숨이 멎었다. 하얀 간판 바로 아래 새빨간 고기 덩어리들이 거꾸로 매달려 대롱거리는 정육점. 그것은 가죽이 벗겨진 토끼들이었다. 피로 범벅된 토끼의 긴 귀가 창문에 딱 붙어 정육점 안을 구경하는 내 목 근처를 왔다 갔다 하고 있었다. 팬시 제품 같은 이국적인 간판 아래로 날고기가 흔들리는 순간. 내 안에 갑작스럽게 찾아든 정적.
-
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일상의 무한한 혁명에게
니코스 카잔차키스, 카프카 등등을 고등학교 때 다 읽었어요. 지금 생각하면 참 답답한 생활이었어요. (참고로 김선우 시인은 막 삼십대에 접어들었다는 우리들에게 이십대와 삼십대는 사랑과 연애가 혁명이다! 라는 명언을 남겨 주었다.) ▶ 이은선 : 김선우 시인에게 ‘강원도’란 어떤 의미인지 여쭙고 싶습니다. ▶ 김선우 : 최고의 축복! 문학하는 자로서 내가 가질 수 있는, 선택할 수 없이 주어진 조건 속에서 손꼽을 수 있는 최고의 축복이지요. 태어나고 자란 유년을 보낸 곳이고, 지방 도시 중에서도 중심가가 아니라 외곽 변두리 야산 밑에 산과 바다가 있는 곳이었어요. 아, 강도 있었다! 적당히 가난한 집안의 대가족 속에서 보통 한국 사회 여성들이 닥치는 모든 문제들을 어렸을 때부터 보고 자라났어요. 할머니나 어머니 세대들이 보여줄 수 있는 어떤 시대상 속의 여성성들을 보았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