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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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모색 [청소년백일장 수상작품 함께 읽기③]욱욱한 시만 깨어 있는 새벽
북한과의 대치 상태로 온 국민이 불안에 떨어야만 했던 이즈음 많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 북한 사람들은 우리와 다른 나라 사람일까요? 배척하고 멸시하고 구분 지어야 할까요? 총칼을 맞대고 싸워서 꼭 쓰러뜨려야만 하는 상대일까요? 잘 모르겠습니다. 너무 명확해서 잘 모르겠습니다. 2014년 제18회 한국작가회의 전국 고교생 백일장 장원 리영희, 이영희 인명여자고등학교 3학년 정다솔 별들만 깨어 있는 새벽. 일터 식당을 향해 걸어가는 리영희는 이영희가 되어야 한다. 북한 년이 갖다 준 물이라며 욕하는 이 땅. 빨갱이가 어디서 말대답이냐고 다그치는 이 땅. 이 땅에 발붙이기 위해서는 한 걸음 한 걸음 ㄹ을 지우고 빨간색을 지우고 그렇게 리영희는 이영희가 되었다. 별들만 눈 떠 있는 늦은 밤 식당에서 돌아오는 이영희가 리영희로 돌아간다. 한 걸음 한 걸음 동무 생각 오마니 생각 반 지하 집에 들어서서야 이영희는 비로소 리영희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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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모색 [누구나 아무도_15회]1인 장르는 어떻게 가능한가
그의 주요 관심사가 과거 미, 소의 냉전시대를 전후로 한 군사적 대치 상태에서 벌어지는 일들에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의 소설에서는 주로 스파이 활동이며 국지적인 충돌, 때로는 전면적인 전쟁이나 테러 등이 다루어지고 있다. 그는 실제로 이러한 일들을 다루는 미국의 정부기관인 CIA, FBI, 그리고 국방성과 백악관에까지 조언을 하는 인물로도 유명하다. 특히 그의 작품들 중 상당수는 잭 라이언이라는 인물을 주인공으로 하고 있는데, 잭 라이언은 미국 해군사관학교의 역사학 교수로 시작해서 CIA, 즉 미국 중앙정보부의 정보 분석가를 거쳐 부국장, 국장으로 출세하며 마침내 미국의 대통령까지 되는 인물이다. 이러한 과정이 각각 그 시기의 중요한 국제적 문제들을 둘러싸고 그려지기 때문에 독자는 한 인물의 영웅담, 혹은 출세 이야기를 읽는 듯한 재미에 국제정세에 대한 지식을 알게 되는 재미, 나아가 007처럼 스파이가 활약하는 이야기와 전쟁이야기까지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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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죽음의 현신들-이영광, 『아픈 천국』(창비, 2010)
물론 “선지자처럼 자살특공대처럼” 저만이 받은 아픈 천국의 소명에 진저리치며 죽음과 대치 중인 사내의 ‘사선’에서 우리는 섣불리 ‘활로’를 단언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사선에서 활로를 모색하는, 그리하여 죽음을 끊임없이 이 곳으로 불러들여 생의 계기로 인식하는 사유의 일단이다. 이 세계를 일컬어 “생사의 혼합림”(「고사목 지대」)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산 나무들과 죽은 나무들이 서로를 깊이 인정해 주면서 하나의 풍경을 이루는 풍경 말이다. 지워야 할 경계도, 감행해야 할 월경도 없는 이 곳에서는 ‘죽은’ 나무들마저 자신의 생을 조화롭게 ‘살아가고’ 있다. 이 같은 생사의 혼합림은 시인에게 무(無)와 공(空) 가운데 내던져진 삶의 흔적과, 폐허에 적극적으로 투신하여 현실을 치열하게 갱신하는 삶의 자세의 혼합일 터인데 이는 궁극적으로 ‘죽음을 향한 열렬한 자유’라는 생의 역설적인 의지를 발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