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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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동화 같은 세상을 꿈꾸는 이유
[기획·특집] 동화를 읽자! ─ 여는 글_2 동화 같은 세상을 꿈꾸는 이유 김남중 힘든 세상이다. 내일은 나아질 거란 희망도 없다. 차츰 침몰하는 타이타닉 같은 세상. 홀몸이라면 기울어지는 갑판 위에서 술병이나 비우며 빨리 끝나길 기다릴 테지만, 새근새근 잠든 자식들을 보면 술기운이 확 달아난다. 나는 이리 살다 가겠지만 너희들은 무슨 죄냐. 너희들만은 더 좋은 세상에서 살게 하고 싶다. 부모와 다르게 살게 해주고 싶다. 그리하여 세상을 바꾸는 촉매는 누군가의 자식들이다. 어린이가 세상의 희망인 이유다. 세상이 각박해질수록 우리는 ‘동화 같은’ 이야기에서 위로를 찾는다. ‘동화 같은’이라는 표현이 잦아진다. 동화를 쓰는 입장에서는 어떻게든 동화가 언급되는 것이 반가운데 막상 그 용도를 찬찬히 살피면 ‘동화 같은’이라는 아름다운 표현이 어째서 부정적으로 쓰이게 되는지 섭섭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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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동화, 치유와 전복의 언어
[기획·특집] 동화를 읽자! ─ 여는 글_1 동화, 치유와 전복의 언어 김지은 꿈은 언제 꾸는가. 긴 골목길을 내달리다가도 꿈을 꾼다고 한다면 당신은 어린이에 가깝다. 꿈은 어떻게 꾸는가. 놀면서 울면서 꾼다고 한다면 당신은 어린이에 가깝다. 당신의 꿈은 누구에게서 꾸어 오는가. 어린이는 가끔 헌 이야기에게서 꿈을 꾸어 온다. 종종 자신의 꿈을 새 이야기에게 빌려준다. 동화는 꿈과 친하고 꿈은 어린이와 친하다. 우리가 동화와 가까워진다는 것은 옛 꿈과 새 꿈 안으로 한 발 더 걸어 들어가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동화가 현실을 말하지 않는다는 것은 아니다. 어린이가 이야기의 절벽을 오르는 길은 수없이 많다. 어떤 날은 메마른 현실로부터 또 어떤 날은 축축한 환상으로부터. 몽골어에서 꿈을 의미하는 노이르묵(noyirmug)은 ‘반수면 상태’라는 뜻을 지닌 형용사이기도 하다. 잠과 깸의 경계에 꿈이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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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동화] 코스모스
[2012년, 동화를 읽자!] 코스모스 전성현 “02코 4567, 트럭 43스 7227 그리고,” 내가 집 앞 골목길에 주차된 자동차 번호판을 들여다보기 시작한 것은 석 달 전 부터다. 우연히 발견한 다섯 대의 차 번호판 끝자리 숫자가 모두 7이었다. 오늘도 그럴지 모른다는 생각에 주차된 차를 더 관심 있게 쳐다봤다. “이번엔…….” 긴장된 마음으로 트럭 뒤에 가려진 검은색 자동차 번호판을 들여다봤다. “23모…… 2478” 번호가 8로 끝났다. 오늘은 아니다. 석 달 전 일은 정말 우연이었던 걸까? 아니, 아무 때나 차가 드나드는 상가 뒷골목이기 때문에 주차된 차의 번호판 끝자리 숫자가 같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평범한 일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날만큼은 7이라는 숫자가 나에게 너무나도 특별했다. 집에 오기 전, 나는 7단원 수학 시험지를 받은 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