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4)
-
문장웹진 > 문장웹진 > 비평 사유와 풍경
[문학리뷰(시)] 사유와 풍경 박동억 1. 줄곧 나는, 사유는 명사보다는 동사이며, 논리란 사유 이후에 얻는 결론이 아니라, 사유가 중단되고 난 이후의 잉여에 가까운 것이라고 생각해 왔다. 이러한 관점으로 보면, 논리적인 글인 비평은 사유를 중단한 언어이고, 비논리적인 시는 사유 속에 머무는 언어이다. 비평은 결론에 만족하는 정주이고, 시는 완결되지 않는 정신의 전진이다. 따라서 비평에 부재한 것은 근본적으로 시이며, 비평가의 과제는 사유하기와 결론짓기 사이의 긴장을 첨예하게 지속하는 문자를 발명해 내는 기술이다. 그렇다면 반대로 묻자. 시가 우리에게 변화를 야기하는 사유라면, 사유란 무엇일까. 진정한 의미로 시는 순수한 현기증이 아닐까. 우리에게는 고정관념을 벗어던지고 세상과 타인을 천진한 눈동자로 다시 보게끔 하며, 우리의 사고와 관점을 전환하는 사유가 필요하다. 그러한 사유란 극히 드물게 일어나는 사건이다.
-
문장웹진 > 문장웹진 > 비평 ‘시’라는 질문 혹은 대답
[문학리뷰(시)] '시'라는 질문 혹은 대답 이진경 시는 질문이다. 리쾨르가 지적한 바처럼 일상 언어의 사용법에서 벗어나 지시대상과 의미를 분리시키고 고유의 문법 속에서 다른 의미를 찾도록 유도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시의 특성은 읽는 이에게 아름답고 낯선 미적 경험을 선사하기도 하고 시 읽기를 정복하기 어려운 도전으로 만들기도 한다. 그러한 시도 끝에 실패의 부스러기만 남아 있다 해도 좋다. 시는 심미적 차원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발휘하므로 현실과 주체의 분리를 유도하는 측면이 있기에 '질문'만으로도 남을 수 있는 까닭이다. 그렇다면 생존과 결부된 삶에 천착해 살아가는 '주체'에게 삶이 무엇인지를 묻고, 답해 주는 시-순간은 언제인가. 나의 시-순간은 대형서점에서 한 시인의 시집을 처음 보았을 때와 닮아 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때 나는 제목에 이끌려 그 시집을 한참이나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제목이 모든 것을 다 말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서다.
-
문장웹진 > 문장웹진 > 비평 당신에서 당신으로
[문학리뷰(시)] 당신에서 당신으로 (송승환, 『당신이 있다면 당신이 있기를』, 문학동네, 2019) 양순모 어느 누구도 감히 익사자를 뒤집어 그 몸에 가득 찬 물을 토해 내게 하지 않는다.1) 1) 로트레아몽, 황현산 옮김, 『말도로르의 노래』, 문학동네, 2018, 115쪽. 시인이라면, 누구보다 언어를 깊이 이해하고, 이를 능란하게 다루는 사람일 것 같지만, 알고 보니 사실은 언어의 장애를 겪으며, 언어 사용의 어떤 편향을 보여주고 있는 사람이라 가정한다면, 글쎄, 아무래도 조금은 무리한 가정이 아닌가 싶기도 하겠지만, '장애'의 의미가 "하나의 사회적 정체성으로서" '생성'되어 간다는 장애학(disability studies) 내 급진적 상대주의 입장을 고려하자면,2) 우리는 보다 적극적으로, 시인의 '손상'에 주목하여 그러한 손상이 우리에게 어떤 질문을 던져 줄 수 있으며, 우리에게 어떤 새로운 의미로 다가올 수 있을지 구체화할 필요를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