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문장(0)
글틴(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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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틴 > 소설 밤빛 별빛을 따라
우리 민혜, 지금 유치원 봄방학이거든, 하면서 당신 배만한 캐리어 가방을 질질 끌며, 그리고 우리 민혜가 그러더라고, 엄마, 이러다가 우리 할머니 얼굴 다 까져먹겠다, 라고 해맑은 미소와 함께 덧붙였다. 엄마는 막내 이모의 손을 꼭 붙잡고선 홑몸도 아닌 것이, 아무 연락도 없이, 이러기야, 했다. 나 역시 여긴 서울과 달리 아직 많이 추워, 이모, 하며 이모의 캐리어 가방을 건네받았다. 그리고 그때까지만 해도 아직 청국장찌개와 김치부침개를 맛깔나게 요리하시던, 할머니가 한 손엔 주걱까지 들고 부엌에서부터 서둘러 서둘러 뛰쳐나왔다. 하얗고 주름진 그 두 발엔 슬리퍼를 얌전히 신은 채로."아이고, 미현아."할머니는 반가움 반, 놀람 반으로 막내 이모의 이름을 부르다가, 이윽고 할머니, 하고 크게 소리치며 달려오는 민혜를 발견하고서는, 두 눈을 휘둥그레 뜨며, 얼굴 가득 화색을 하고선,"아이고, 우리 민혜."하며 두 팔을 활짝 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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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틴 > 소설 저 예쁜 여자 저래 뵈도 아줌마예요.
“민혜?”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진아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날 쳐다본다. 그 믿을 수 없다는 표정엔 약간의 부끄러움과 당황스러움이 섞여 있다. “오랜만이네. 9년 만이니까.” 내가 먼저 어색한 침묵을 깼다. “그..........그러게............ 그동안 잘 지냈어?” 진아는 굉장히 당혹스러워했다. 9년 전 사건에 대해 창피스러움을 느끼는 모양이었다. “나야 잘 지냈지. 너는?”“나.........나도 뭐................” 잘 지내지 못한 게 분명했다. 하긴 어떻게 잘 지냈겠는가. “이런 말 물어도 되는지 모르겠지만........ 아까 그 남자는 왜 나간 거야?” 진아가 다시 고개를 떨구었다. 몇 번 고개를 가로젓던 진아가 한숨을 푹 내쉰다. 그리고 천천히 고개를 들어 날 바라본다. 조금 전의 당혹스러움과 부끄러움과 창피함이 모두 다 사라진 얼굴이다. 차라리 나한테 다 털어놓기로 결심한 것 같다. “솔직하게 말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