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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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_콤마 > 아동청소년문학 「유부도 맛집 기행」 외 7편
아줌마 거꾸로 자고 반대로 사는 박쥐 아줌마는 제 아기가 배고프다 우는데 옆집 아기에게 먹을 걸 주러 간다 제 마음이나 옆집 엄마 마음이나 거꾸로 생각하고 반대로 생각하고 천 년 동안 고민 중 오늘도 백로 한 마리 물가에 우뚝 서서 퐁당 들어가는 가마우지 둥실둥실 헤엄치는 물닭 바라보며 고민 중이다 물속으로 들어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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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고딕시대와 낭만주의자들
고딕시대와 낭만주의자들 강성은 뾰족한 첨탑 위에 갇힌 누군가 구름에 편지를 써요 그럴 때 구름은 검은 빗방울을 뚝뚝 떨어뜨리지요 구름의 얼룩진 편지를 읽는 어떤 이들은 울음을 멈추고 검은 강물 속으로 몸을 던집니다 도시엔 무서운 전염병이 돌고 녹색의 박쥐 떼가 공중을 날아다닙니다 창백한 입술을 잃은 자들은 곧 두 손과 머리털을 잃고 두 눈알과 심장을 잃었지요 점점 희미해져 우리는 우리를 잃었지요 당신과 나의 비밀 이야기는 입 속에서 입 속으로 공기와 밤의 중얼거림을 통과하고 얼룩진 편지는 얼룩 고양이가 물고 밤의 담장 너머로 사라집니다 우리는 내일의 날씨를 예측할 수 있지만 내일의 악몽을 점칠 수는 없었어요 빗방울은 때로 격렬하게 내립니다 한 방울 뒤에는 수천만 우주의 모든 물방울들이 뾰족하고 오래된 첨탑 위의 편지는 전해 오는 이야기 속에서 날마다 더 아름다워져 갑니다 우리는 첨탑 위로 답장을 보내는 법을 모르고 얼음이 어는 순간과 얼음이 녹는 순간 슬픔의 음역을 영원히 알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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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박경리 선생님을 추억하며] 뒷모습과 그늘의 추억
작가소개 / 이경혜(소설가) 1960년 출생. 1992년 문화일보 신춘문예 중편소설 부문 「과거순례」 당선으로 등단. 2001년 백상출판문화상 아동문학 단행본 부문 「마지막 박쥐 공주 미가야」 수상 『어느 날 내가 죽었습니다』 『그 녀석 덕분에』 『유명이와 무명이』 등등. 《문장웹진 5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