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9)
-
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리뷰] 월간 〈읽는 극장〉 4회 - ‘춤추는 시, 시 하는 춤’
시를 쓰는 시인이자 무용을 감상하고 애정해온 배수연 시인은 무용과 시를 함께 다뤘던 공연 〈무용하는 시〉의 경험을 나눠주었습니다. 배수연 시인은 무용에 대한 애정을 바탕삼아 무용수와 작업하고 싶다는 마음을 가져왔고 다원예술, 공동창작의 형식을 여러 번 시도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무용수랑 작업을 하고 싶다 라는 형식이 먼저 선행을 하니까 작업물이 힘들게 나오고 또 충분히 마음에 들지 않았”다고 말해주었습니다. 배수연 시인의 시 「주머니 없는 외투」로 작업한 공연 〈무용하는 시〉는 김수진 무용가와 함께 한 공연으로, 이 공연을 통해 어떤 아이디어는 그 자체로 형식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합니다. “「주머니 없는 외투」를 쓰면서 ‘아 이것은 무용이 될 수 있는 어떤 시야’라고 느꼈고.. 제가 하루는 여행지에서 건넛방에 나오는 어떤 멜로디, “띠 띠디띠 띠” 뭐 이런 거였어요. 티비 소리였는데 그걸 듣자마자 이 시의 움직임이 막 떠오르는 거예요.
-
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오래 자란 아이
오래 자란 아이 배수연 내게 날개가 있다면 그 날개를 고치겠어 내게 자전거가 있다면 그 자전거를 고치겠어 만일 선풍기가 있다면- 오래 자란 뒤 내게 말을 거는 것들에게 나는 많은 것을 물었다고 많은 것이 변했지 그런 날들은 많은 것을 사랑했던 하얗고 부드러운 가시 고양이 입가에서 웃으며 길고 가늘게 흔들렸다고 지구는 네 계절의 선풍기니까 * 푸른 얼굴 위로 흰 날개 돌아가고 자전거의 동력으로 회전하는 그곳에서 함께 흔들리면서 “나는 많은 것을 고쳤어요.”라고 입이 있다면 * 박민재의 미발표 소설 「지구 선풍기」
-
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식사시간
식사시간 배수연 엄마는 공들여 큰 공을 구웠다가 아빠와 내가 식탁에 앉으면 커다란 접시에 공을 올리고 손도끼를 꺼내 박살을 내준다 공은 어떤 잘못인 것처럼 잠시 부끄럽고 깨진 공의 뜨거운 살을 주워 후후 불어 먹으며 아빠와 나는 똑 닮은 입술과 황니를 벌리고 이따금 외식을 하면 엄마는 남이 들인 공에 열심히 젓가락질을 하고는 돌아와 베개에 얼굴이 팍 먹힌 채로 잠을 잔다 엄마가 웃거나 엄마가 화나거나 엄마가 지루하거나 엄마가 무덤덤한 날에도 우리는 그 공을 먹었고 그 공이 가장 익숙해서 엄마가 박살을 낼 때마다 눈을 감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