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5)
-
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젊은작가들의 樂취미들] 취미는 사랑
자유형은 기본, 배영, 평영, 접영까지. 다들 승부욕도 강하다. 하지만 나는 웬만해서는 승부욕이 발동되지 않는다. 그래서 수영도 그저 물에 빠져죽지 않을 만큼만 배우고 만족했다(평영의 그 개구리 자세를 하고 싶지도 않았고). 하지만 간혹 승부욕이 발동되는 분야가 있는데, 거기에서만큼은 내가 이기지 못하거나 혹은 내가 정한 목표에 도달하지 못하면…… 하아…… 정말 힘들어지는 거다. 그 몇 안 되는 승부욕이 발동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사격. 나는 나의 삶이 ‘작가’로 운명 지워졌다고 믿는다. 다시 살 기회가 주어진다고 해도 똑같이 살 것이고, 다시 태어난다고 해도 작가가 될 것이다. 그럼에도 만약, 하나의 삶을 더 살 수 있다면, 나, 사실은 FBI(로 대표되는 어떤…… 손수 범인도 때려잡고, 프로파일링에도 능한 그런…… 아, 상상만 해도 두근거려)가 되고 싶다. 그러니까, 총을 무지 잘 쏘는 FBI. 처음 시작은 이랬다.
-
문장웹진 > 문장웹진_콤마 > 시·시조 「철든 물」외 7편
철든 물 배영 강물에 철이 들었다. 한때 후덥지근한 낙조(落照)로 술렁이거나 붕붕거리는 날파리들로 어수선했지만 가을 깊숙한 곳까지 흘러온 강물에 이제, 울긋불긋한 철이 들었다. 가을 물들은 다 일렁이는 일을, 반영(反映)에 든 나무들의 색깔에 맡긴다. 흔들리는 물 밖을 굳이 물속까지 끌고 들어간 늦가을의 투명, 철이 든다는 것은 자기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일, 물속이 붉은 물 밖을 흉내 내듯 읽어 간다. 그 풍경을 절정이라 한다면 저의 물색(物色)을 다 비운 강물의 수고가 깊다. 여름의 물속은 불어 난 깊이로 우거져 물속 일만으로도 무성했지만 가을 강은 물 밖 혼자 익어 가는 철을 들인다. 탁한 물색들은 다 돌 밑으로 숨어들고 쓰라린 살갗 같은 얕은 추위가 명경(明鏡) 위에 깃들면 물속에 잠긴 붉은 한철이 일렁인다. 제철을 받아들인 강물은 나뭇잎 술렁이는 일로 붉다.
-
문장웹진 > 문장웹진 > 소설 엄마에게 물었다
배영 자세를 유지한 채 눈을 감았다. 난 잠을 자면서도 배영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수영에 능숙했다. 잠을 자면서 걸을 수 있는 것과 비슷했다. 풀의 물이 조금씩 빠지고 있는 것이, 누군가 누워 있는 내 등을 간질이는 것처럼 등으로 미미하게 느껴졌다. 좀 기이한 기분이었다. 나는 어릴 때 일을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도 자꾸 그때가 떠올랐다. 아버지는 한 번씩 집에 왔다가 슬그머니 사라지는 사람인 것 같았다. 그러다 지워졌다. 난 아빠를 불러 본 적이 없었다. 이상한 말이지만 너무 어릴 때여서 아빠가 없다는 것을 이상하게 여기지 않았다. 내 몸은 물의 흐름에 따라 조금씩 돌고 있었다. 높이 솟은 뱀슬라이드 쪽으로 머리를 두고 있었는데 어느새 다리가 그리로 가 있었다. 마치 시계의 분침처럼 몸이 제자리에서 회전했다. 엄마, 나이키 신발 사줘. 수학여행을 앞두고서였던가. 엄마는 값싼 범표 신발을 사왔다. 엄마가 가난해서겠지만 난 화가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