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3)
-
문장웹진 > 문장웹진_콤마 > 소설 바르트를 읽는 밤
작가소개 / 백영 2019년 《농민신문》 신춘문예를 통해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아르코문학창작기금》
-
문장웹진 > 문장웹진 > 소설 루나 이클립스
루나 이클립스 백영 창밖은 밤이었다. 하늘에는 붉은 달이 떠 있었다. 해인지 달인지 정확히 분간되지 않았다. 붉은 환은 시간이 흐른 후에도 계속 같은 자리에서 비행기를 따라오고 있었다. 나는 B시에서 출발하기 전에 안나에게 10월 31일에 인천공항 제2터미널에 도착할 예정이라는 것과 리허설을 포함한 행사 일정을 미리 알려주었다. 좌석은 비상구 창문 쪽이었다. 이륙 직후부터 갓난아기가 칭얼대기 시작하고 젊은 부부가 아이를 번갈아 어르고 달래는 소리가 뒷자리에서 끊임없이 이어지고, 승무원들은 좌석 사이로 수레를 끌고 다녔다. 기류가 불안정하니 벨트를 매라는 세 번째 방송을 듣고 나서 나는 승무원에게 부탁해서 좌석을 옮겼다. 아이 울음소리가 조금 멀어졌다. 승무원이 다가와 나를 깨웠다. 가져온 기내식의 으깬 감자와 비프는 맛이 없고 모닝 빵은 딱딱했다. 방울토마토 두 개와 오렌지와 사과 반쪽이 담긴 샐러드는 먹는 둥 마는 둥 했다.
-
문장웹진 > 문장웹진 > 비평 디스토피아, 절멸의 상상력과 페미니즘
녹지 않는 눈이 내리기 시작할 때 모루와 이월은 백영 중학교에서 처음 만난다. 두 학생은 졸업식 때 같이 사진을 찍은 것 말고는 겹치는 기억이 별로 없다. 엄마와 이모와 함께 가난하게 성장한 모루와 이사장 어머니와 대기업 CEO 아버지 밑에서 부유하게 자란 이월의 처지는 확연히 다르다. 7년이 지난 후 이월은 자신의 새엄마를 스노볼 더미와 함께 묻어주려고 트럭운전사인 모루의 이모 유진을 부른다. 그러나 사고가 나고 이모는 실종된다. ‘녹지 않는 눈’을 처리하는 폐기물 매립 센터에서 일하던 모루는 이모를 찾아나서려 한다. 유진이 모루의 이모임을 알게 된 이월은 사고 직후 모루가 일하는 매립 센터에 취직한다. 두 사람은 중학교 시절 서로에게 끌림을 느꼈었다. 7년 만에 매립 센터에서 만난 모루와 이월은 변함없이 특별한 감정을 느낀다. 두 사람은 이월의 아빠 차를 훔쳐 이모 유진을 찾아 함께 떠난다. 나는 손을 들어 버석하게 부르튼 이월의 입술을 매만졌다. 거칠고 차가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