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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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도토리 시인
도토리 시인 서수찬 예술가인 양 늘 모자만 쓰고 다닌다고 겉모양 든 시인이라고 욕하지 마세요 옆에다가 늘 막걸리를 끼고 산다고 술주정뱅이 시인이라고 수군대지 마세요 세상에는 밀가루 묵에 아예 우리 이름을 도용하는 사람도 많고요 우리의 시를 표절해서 돈 버는 사람도 수두룩하더라고요 도토리 키 재기라고 외면하는 아주 조그만 삶이라도 찾아가서 이 가을에는 온몸 가루가 되어 꼼꼼히 노래할래요 우리 시는 혀로 읽으면 아주 제 맛이 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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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꿈
꿈 서수찬 언젠가 아빠가 내 꿈을 물어봐서 나는 커서 아빠의 우렁각시가 되는 거라고 크게 말한 적이 있다 아빠는 우리 딸의 꿈이 집을 잃어버리지 않고 돌아오는 힘이라고 말했다 먼 바다에 나갈 때 배 한 쪽에다 집을 잃어버리지 않게 내 꿈 한 쪽을 묶어서 걸어 둔다고 했다 꿈이 풀려서 팽팽하게 당길 때까지만 나갔다가 꿈을 잡고 다시 돌아온다고 했다 아빠를 위해서 나도 내 꿈을 바꾼 적이 없다 될 수 있는 대로 왜소하게 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