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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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소설, 자본주의를 그리다
▶ 서유미 : 2년 동안 그냥 원 없이 읽고 쓰자, 그동안 일도 많이 했으니까 좀 쉬기도 하면서. 이런 생각으로 2년 동안 원주에서 지냈어요. ▶ 고봉준 : 2007년에 계간《문학수첩》에 장편이 당선되어 등단을 하셨는데, 또 제1회 ‘창비장편문학상’도 받으셨어요. 같은 해에 두 개의 상을, 그것도 일종의 신인상을 두 개 받은 셈인데 거기에 대한 이야기 좀 들려주세요. ▶ 서유미 : 하나는 마감이 6월이었고, 하나는 9월이어서 신인상을 받고 그냥 바로 또 낸 셈이었어요. ‘창비’를 뒤늦게 알았어요. 미리 알았다면 어쩌면 ‘창비’에 먼저 내거나 그랬을 수도 있었을 텐데, 어쨌든 재등단이라기보다는 두 편의 장편을 그때 이미 다 완성을 했었던 거죠. ▶ 고봉준 : 원주에서의 2년 동안? ▶ 서유미 : 네. 그때 두 편을 썼었고, (문단 시스템은 하나도 모르는 상태에서) 그냥 두 편이 다 책이 됐으면 좋겠다는 막연한 생각으로 보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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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작가인 동시에 독자인 사람의 노래
[내가 읽은 올해의 책] 작가인 동시에 독자인 사람의 노래 ─ 이승우, 『지상의 노래』 서유미 소설을 쓸 때는 독서를 자제하는 편이다. 좋은 소설을 읽게 되면 쓰고 있던 글이 형편없이 느껴져서 의기소침해지기 때문이다. 또 독서의 달콤함에 빠지면 소설쓰기를 작파해 버리고 싶은 욕구가 스멀스멀 피어올라서 의도적으로 멀리하기도 한다. 그렇게 단속하는데도 열심히 써야 할 때는 읽고 싶은 책이 넘쳐나고, 작정하고 독서를 시작하면 뭔가 써야 할 것만 같은 불안감 속에서 허우적거리는 상황은 반복되었다. 그래서 하루를 반으로 접어서 낮에는 읽고 밤에는 쓴다거나 일주일의 전반부는 읽고 후반부는 쓰자, 라고 정해 보기도 했다. 몇 번의 시행착오 끝에 요즘은 마감이 끝나거나 책을 낸 후에 독서목록을 짜고 독서기간을 정해 놓은 다음 몰아서 읽는 방법을 택하고 있다. 언제 또 바뀔지 모르지만 아무튼 지금은 독서기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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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오늘을 이야기하는 여섯 가지 시선 - 한국문학의 명장면
둘.서유미, 「검은 문」 고봉준 [caption id="attachment_139820" align="aligncenter" width="400"]서유미, 「검은 문」《문장웹진》 2012년 3월호[/caption] [caption id="attachment_139821" align="aligncenter" width="400"]서유미, 「검은 문」『당분간 인간』, 창비, 2012년.[/caption] “나쁠 것 없는 저녁이었다. 하지만 211번은 이런 평화가 거짓처럼 느껴졌다. 99번과 123번은 하루 종일 출구가 없는 것처럼, 등 뒤가 벽으로 막힌 것처럼 행동했다. 그들의 생활은 철저히 철창과 배식구를 중심으로 진행되었고 숫자와 밥그릇에 매여 있었다. 211번은 고개를 돌려 출구를 힐끗 보았다. 그것은 검고 음험한 수수께끼처럼 여전히 거기 있었지만 지워진 거나 마찬가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