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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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_콤마 > 소설 우리는 오로라를 기다리고
작가소개 / 서정아 2004년 《부산일보》 신춘문예에 소설 「풍뎅이가 지나간 자리」 가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이상한 과일』, 『오후 네 시의 동물원』 이 있다. 《아르코문학창작기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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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_콤마 > 소설 우물 속 빅뱅
우물 속 빅뱅 서정아 유안과 나는 미로 정원에 갔다가 갇힌 적이 있다. 사람의 눈높이보다 두 뼘쯤 키가 큰 나무들이 촘촘하게 서 있었고, 그 나무들 사이로 두 사람이 겨우 거닐만한 좁은 샛길들이 만들어져 있었다. 우리는 미로 입구로 들어가기 전에 직원이 안내해 준 전망대에 올라가 전체를 조망하는 사진을 찍었다. 그러나 막상 미로 속으로 들어가고 나니 우리의 현재 위치가 사진상에서 어디쯤인지 알 수 없었으므로 그건 결국 아무런 쓸모가 없었다. 우리는 둘 다 방향 감각이 없는 편이었고, 걷다 보면 매번 막다른 길이 나오고야 말았다. 입구에서 안내를 해주었던 직원의 말에 따르면 대부분 방문객들이 보통 30분 안에 출구를 찾아 나온다고 했지만 우리는 두 시간이 넘도록 미로 정원 속에서 헤맸다. 한여름의 늦은 오후 시간이어선지 입장객은 우리밖에 없었다. 간혹 고양이들이 나무 사이로 들어왔다가 사라지곤 했으나 고양이들을 따라갈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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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_콤마 > 소설 멀미
멀미 서정아 며칠 전부터 해준은 몸을 긁어 대기 시작했다. 아이의 아토피가 다시 도졌다는 생각에 유선은 자신도 모르게 한숨을 내쉬었다. 젖먹이 때부터 해준은 이유 모를 가려움증으로 몸을 자주 긁었고 피부는 늘 붉게 달아올라 있거나 작은 상처들로 가득했다. 돌잔치 때에도 입 주위를 자꾸 긁어 결국 피까지 나는 걸 보고 시고모는 유선에게 툭 던지듯 말했다. 애 얼굴이 왜 이러니. 우리 윤씨 집안이 피부는 전부 타고났는데. 그 순간 유선은 돌잔치고 뭐고 그냥 다 끝장내 버리고 싶었다. 대체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야? 다 내 탓이라는 거지? 그러나 짧은 순간의 그런 불쾌한 감정들을 잘 참는 것은 유선의 장점이었다. 그녀는 그러한 자신의 태도가 비굴한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사소한 불쾌감을 어른스럽게 참고 없었던 일처럼 흘려보낼 때 비로소 유지되는 것들이 삶에는 분명 있었고, 유선은 그 사실을 본능적으로 잘 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