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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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2008 서울, 젊은 작가들 참가기
이원 시인과 나는 말 잘하는 성기완 시인이 있으니 수다 시간이 지루하지 않을 거라 예상했지만 성기완 시인은 자리에 없었다. “성기완 시인이 말을 잘하기 때문에 이 자리를 걱정하지 않았는데, 너무 말을 잘하는 관계로 라디오 방송국에 불려가 버렸습니다.” 나의 말이었다. (성기완 시인은 라디오 생방송을 진행하고 있다.) 울찌턱스는 질문마다 사적으로 이야기하는 게 좋겠다며 신비주의 전략을 썼고 마티아스 괴리츠는 2미터의 신장에 100킬로그램의 몸무게에도 불구하고 무척 수줍음이 많았다. 주로 문학과 정치에 대해 이야기하였는데, 오수연 작가가 ‘한국 현실을 쓸 때 한국 작가들은 자신들도 피를 흘린다고 말한다. 독일은 어떻느냐’는 질문에 ‘독일도 그렇다’라고 대답했다. 이어서 노르웨이에서 온 앤드레 룬드 에릭센도 ‘그렇다’고 말했다. 다른 수다에서 많은 작가들이 국적이나 국경에 상관없이 “작가에게 조국은 ‘언어(모국어)’이다.”라고 말했던 것과 함께 가장 인상 깊은 대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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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단물
단물 성기완 당신이 선녀탕을 나와 무화과나무 속으로 사라졌어요 나는 얼른 물쿵뎅이 신발을 꺾어 신고 당신을 따라 갔죠 어디 계세요 어른어른 푸른 이파리 사이로 당신 흰 다리가 널을 뛰더니 붉게 익어 흐드러지기 직전의 무화과가 당신 치마폭에 하나 가득 당신이 씹두덩 같은 그걸 쭉 찢어주자 나는 오돌오돌 치모 끝 돌기 같은 씨가 징그럽게 촘촘히 박힌 그 속살을 입술에 즙 묻히며 받아먹어요 아 밍밍하고 지려 맛없어 투덜거리자 하나 더 먹어봐 이게 달콤하지 않니 당신이 그렇게 말하며 이번엔 아예 헤벌어지도록 익은 그걸 내 입에 대주자 나는 숨이 막혀요 이로 씹을 틈도 없이 혀끝에서 녹아드는 그 속살을 비로소 알아봐요 이 맛이로구나 수줍고 담담한 요런 달콤함이야말로 진짜 달디 단 자연의 맛이로다 단물이 줄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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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커버스토리 7월호 이인성의 7번국도
문학 작품에 대한 감상을 이미지로 다시 되새기는 작업 속에서 폭넓은 독자층과 소통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이인성의 7번국도 성기완 그는 돌아왔나? 가상공간의 지도를 만들기 위해 현실의 모퉁이를 답사해 온 그. 그 지도가 완성되면 그는 돌아올 수 있을 것이다. 그-에게서-나-에게로. 지도가 완성되고 목적지에 도착하면 그는 내가 된다. 공식적으로는 그렇다. 그는 나를 찾아야 하고, 그래서 그-나의 자기동일성을 증명해야 한다. 그는 그렇게 나를 찾는 여행을 떠났다. 그러나 그-나는 아직도 1974년 여름의 어느 지방 도시 허름한 여관방에서 돌아오지 않고 있다. 그는 어디 있나? 길, 한 20년이 한 50년이 되어 가도록, 그는 여전히 길 위에 있다. 이건 일종의 알리바이일 수도 있다고, 언젠가 그와 함께 7번 국도를 따라 여행하면서 느낀 적이 있다. ‘나’를 찾아가는 이 여행은 실은 ‘그’를 따돌리기 위한 여행이다. 그는 7번 국도에서 ‘그’의 추적을 종종 따돌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