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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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무지갯빛 즐김과 차이의 소송
사유의 드로잉_제2회 무지갯빛 즐김과 차이의 소송 강수미 (미학, 한국예술종합학교 학술연구교수)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Jorge Luis Borges)는 1977년 6월의 첫날,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콜리세오 극장에서 단테의 『신곡』을 테마로 강연을 한다.(이하 관련 인용문은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저, 송병선 역, 『칠일 밤 Siete Noches』, 현대문학, 2004년 판본이다.) 20세기 세계문학을 대표하는 아르헨티나 출신의 시인이자 문학자, 서구 포스트모더니즘 문학의 원류이자 그 이론의 정신적 지주로 평가받는 그가 중세의 고전으로 ‘문학의 밤’을 가진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보르헤스는 여느 촌스러운 문학인마냥 『신곡』에 대한 성서적 독해나 작가의 자의식을 추적하는 독서법을 강변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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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콜테스의 희곡들
과거 위대했던 문학적 순간의 영광이 희곡작가이거나(셰익스피어), 희곡작품(파우스트, 신곡 등)에게 드리웠을 때를 현재에도 기대하는 건 여러 모로 사치스럽고 과도하게 낙관적인 방식이다. 사람들은 이제 ‘대화로만 된 어떤 것’에서 이질감을 느낀다. 어쩌면 우리는 우리 시대가 저물기 전에 과거 영화로웠던 한 장르의 명멸을 오롯이 목도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천재는 이렇듯 가장 우울한 시간대에 홀로 태어나야만 하는 자들이다. 희곡에서 콜테스가 천재라는 것에 동의하지 못할 수는 있어도, 희곡의 가장 우울한 시기에 그가 출현했다는 것만은 동의할 수밖에 없다. 그의 희곡들은 전면적이며 파괴적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의적이며 익명적이다. 가장 선명한 작품은 뭔가 말하고자 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표명할 수 있는 능력을 자발적으로 결여한 불구 상태에서 나온다는 것을 콜테스는 내게 확인시켜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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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모색 가장 오래된 생각이었다
이번에 쌈디 신곡 나왔어. 앨범 존나게 안 내더니 이번에 냈더라고. 내 삼촌의 이름은 정진철. 패션디자이너. 이 노래 좋더라. 뭔가 븅신 같은데 따라 부르게 돼. 내가 흐흐, 이거 노래 나왔을 때 삼촌 앞에서 흥얼거렸잖아. 그때 진짜 웃겼는데. 며칠 전 일이야. 삼촌이 왔다 갔어. 할머니 보려고. 아니, 할머니가 아팠던 건 아니고. 할머니가 전화를 받고 말하더라고 삼촌이 올 거라고, 씻고 준비하라고. 나는 그때 침대에 누워서 휴대폰을 보고 있었는데. 방학이잖아. 대학생의 방학. 대학 와서 뭔가 다를 줄 알았는데 고등학교랑 다를 게 없더라고. 그냥 할 게 없어. 어른이 됐는데도. 할머니에게 삼촌이 왜 오냐고 물어봤어. 삼촌을 보는 건 성인이 되고 처음이지 아마. 장사 때문에 바쁘다고 설날에도 오지 않았거든. 근데 할머니는 나를 이상하게 보대. 나를 노려보면서, 오는 데 이유가 필요하냐고 묻더라. 자기 엄마 보러 오는 건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