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2)
-
문장웹진 > 문장웹진_콤마 > 수필 내 책과의 이별
내 책과의 이별 신재기 2007년 연말에 발간된 어느 수필 동인지에 「나는 계획한다, 분서(焚書)를」이란 제목의 글을 발표했다. 그 이듬해 8월에는 이를 표제로 하여 산문집을 출간하기도 했다. 올해 들어 어느 날 우연히 이 글을 다시 읽게 되었다. 책에 대한 나의 남다른 욕심과 집착이 배어나는 글이었다. 글은 이렇게 끝나고 있었다. 나의 책들에 대해 책임을 다하기에는 시간과 힘이 부족하다. 내 품 안에 들어온 것도 온전히 품지 못하는데, 또 새로운 인연을 맺는 것은 기존의 책에 대한 예의가 아닐뿐더러 과욕이다. 자유를 위해 책을 옆에 두었지만, 두면 둘수록 자유에 목마를 수밖에 없지 않은가? 더 큰 자유로 가는 길은 붙잡고 있는 줄을 놓는 일이다. 가슴이 아파도 되돌아보아서는 안 된다. 물론 품위 있는 이별이 되어야 한다. 홀대받을 것을 뻔히 알면서 알량한 선심을 앞세워 누구에게 건네고 싶지 않다.
-
문장웹진 > 문장웹진_콤마 > 수필 「질문의 기술」외 1편
질문의 기술 신재기 작년 말 출시된 ‘챗GPT’가 전 세계인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챗GPT’는 ‘특정 질문에 답변해 주는 인공지능 채팅 서비스’이다. 처음 접하는 순간 놀랄 만한 능력에 섬뜩한 느낌마저 들었다. 이런저런 주제의 글을 써달라고 주문하자 순식간에 몇 단락의 글을 제시해 보이는 것이 아닌가? 챗GPT는 머잖아 평생 다듬어온 내 글쓰기 능력을 지워버리고 말 것이라는 예감이 들었다. 허탈하기도 했다. 인류는 문자를 사용하면서 책이란 도구를 만들어 개인이 내장할 수 없는 정보를 책에 담아 보존해 왔다. 책은 과학기술과 문화의 발전을 견인해 온 원동력이었다. 책을 쓰고(지식을 생산하고) 읽는 일로서 ‘공부’ 혹은 ‘학문연구’는 어느 사회에서나 가치 있는 것으로 존중되었다. 그런데 그간의 지식 생산과 소비 방식에 일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