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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마로니에백일장 장원_시]그림자
[제31회 마로니에전국여성백일장 장원_시] 그림자 심은정 1. 아버지와 함께 그림자가 발굴되었다 2. 십 수 년 전 하관할 때 껴묻거리로 순장된 그림자가 툭툭, 몸에 묻은 봉토를 털며 일어섰다 좀비가 다 된 그가 무서웠지만 삭아 내린 캄캄한 관 속에서 백골이 되도록 아버지를 지켜준 게 고마워 나는 그와 뜨거운 악수를 했다 아버지는 살아생전 어른의 그림자는 밟는 게 아니라며 저만치 떨어져서 따라오게 하셨다 저녁놀이 지평선에 붉은 낙관을 찍을 무렵 장에서 돌아가는 아버지의 그림자는 길어 그만큼 나는 멀어져야 했는데 초록이 동색이듯 땅거미와 그림자가 몸을 섞었을 때 비로소 아버지는 손을 잡아 주셨다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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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사위원들은 심은정 씨의 「그림자」와 김정순 씨의 「사육―그림자」를 놓고 어떤 작품을 장원으로 밀어야 하는지 마지막까지 고심했다. 「사육―그림자」는 번뜩이는 비유가 여러 군데 있었지만, 시의 후반부로 갈수록 시적 긴장이 이완된다는 점이 마음에 걸렸다. 그에 비해 「그림자」는 몇 군데 상투적인 문구가 거슬리지 않은 것은 아니었지만, 시상이 잘 정돈되어 있고 이야기를 풀어내는 수완이 돋보였다. 결국 심사위원들은 심은정 씨의 작품을 장원으로 정했다. 그러나 시상식이 끝난 마당에 이미 이러한 분별은 큰 의미가 없는 일인지 모르겠다. 모든 참가자들이 분주한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시월의 유난히 맑은 하늘 아래서 한나절을 함께 보냈다는 것이, 아름다운 시간을 나누어 가졌다는 것이 더 특별한 일로 참가자들의 마음에 남았으면 한다. 산문 부문 심사평 5명의 심사위원은 소설가 2명, 수필가 1명, 극작가 1명, 시인 1명으로 구성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