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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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타일 위의 양떼몰이
타일 위의 양떼몰이 천수호 양떼가 타일 위에서 꼬물거린다 하루의 거품은 이렇게 타일 위에서 시작된다 욕실에 들락거리는 맨발들이 양떼를 이리저리 몰고 다니지만 하늘은 타일의 암청색을 바꾸지 않는다 발등으로 정강이로 오르내리며 오글거리는 양떼가 없다면 내 하루는 거품 없이 유순할 터, 거품의 수사(修辭)는 고도(高度)에 있지 않다 아틀라스 산맥 사천 미터의 산 능선에서 바위를 타고 오르내리는 양떼나 벼랑의 풀을 뜯는다고 양떼에게 오래 맡겨 둔 허공에는 수사가 없다 미끄러지거나 당당해지는 고삐 없는 유목의 방식에는 거품이 없다 종일 거품 물고 앞발질 뒷발질한 내 발을 내려다보며 발등 위로 미끄러지는 거품을 씻어내었으니 이제 말에서도 거품을 뺀다 타일 위의 거품은 양떼가 아니다 어둠이 까마귀 떼로 찢어지는 방향과 같이 흘렀다가 양떼구름을 쫓는 맨발의 방향으로 마르는 거품그림 타일 위로 양떼구름처럼 거품이 떠내려간다 결국 하루의 거품은 타일 위에서 마감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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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젊은작가들의 樂취미들] 술꾼
단편집 『아틀라스 유언장』 출간. 「찌혼, 시혼, 그리고 기구」 웹 연재 중. 《문장웹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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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장르 부문] 아틀라스의 유언장
아틀라스! 아틀라스! 라고. 난 아마 그 목소리를 듣지 못하겠지만, 그래도 내가 남반구가 죽었을 때 되뇌었던 것처럼……. 비록 당신들이 그만큼의 인간다운 애정을 담아서 날 부르진 않겠지만, 침묵보단 나을 것 같다. 지난 300년 동안, 나는 단 한 순간도 당신들을 사랑하지 않은 적이 없다. 그래서 너무 힘들었다. 《문장웹진 2월호》 수상소감 아틀라스의 유언장, 내 예쁜 자식. 이녀석이 제게 돈을 벌어다주는 군요! 무척이나 기쁘고, 대견합니다. 애비된 자로서 집안에서의 모습만 알지, 바깥에서 이녀석이 잘 하고 있는지 사실 알 수가 없는 법인데, 이렇게 문장 여러분들이 칭찬과 격려를 해주시니, 그야말로 기쁘기 한량 없습니다. 이녀석이 여러분들께 즐거움과 기쁨을 선사해드렸다는 의미이니까요. 혹여 제눈에만 예쁜 자식일까 두려움도 많았는데, 다행이로구나 싶습니다. 물론, 아직도 모자라고 미흡한 점도 많다는 것을 어찌 모르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