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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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시를 배워 등단하고 삶을 배워 시를 쓴 문학주의자
안상학 모든 것을 다 쓸 수 있다고 자부를 하시는 것 같은데 안 쓰신 분야도 있잖습니까? 신경림 소설. 안 썼지. 나도 옛날에 소설을 한번 써봤어. 읽어본 사람이 역시 당신은 시를 쓰는 것이 더 낫겠다고 해서 포기했지. 안상학 아! 그러셨어요? 여전히 동화나 소설 쪽은 손을 안 대시죠? 신경림 동화는 써봤지. 한 두 편 정도. 안상학 소설에 손을 안 대는 것이 단지 그때 그 지적 때문인가요? 신경림 아니, 뭐 쓸 기회가 없으니까. 안상학 지금 시인들은 여타 장르에 많이 손을 대지 않습니까? 신경림 나쁠 것은 없지. 안상학 벽에 미당 시인의 친필시가 걸려 있네요. 신경림 미당이 자기 환갑 때 기념으로 나한테 써준 것인데 10년이 훨씬 지났으니까 참 젊을 때네. 안상학 필체가 괜찮네요. 미당 선생은 생전에 아침에 일어나면 세계의 산 이름을 암송하고 했다는데 선생님은 강연하실 때 시 낭(암)송을 많이 하시잖아요. 오늘 시 낭송 한번 해주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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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강아지풀
강아지풀 안상학 꽃잎 없어 꽃잎 질 수 없는 꽃 말라 죽어서도 줄기와 잎을 떠나지 않는 꽃 질 때는 꽃잎과 줄기와 잎이 함께 스러지는 꽃 이순이 가까워져서야 꽃으로 보이기 시작한 풀,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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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마지막 식탁
마지막 식탁 안상학 쓰레기 내 놓는 곳 어느 날은 고양이가 뒤적이고 어느 날은 까치가 흩어놓고 드물게는 꿀벌들이 앵앵거리다 간다 이들이 밥상을 물리고 나면 자전거를 끄는 노인이 다녀간다 밤마다 누구는 이들마저 남긴 것들을 한 잎에 삼키고는 내내 횟배를 앓고 있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