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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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불편’의 정치학과 ‘환상’이라는 전략
뿐만 아니라 그의 시는 표면적으로 하나의 인과적 이야기를 바탕으로 전개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그 이야기라는 것이 이미지의 유사성이나 언어유희, 그리고 상상력의 연관이라는 복수의 계열을 따라 진행된다. 따라서 시의 의미나 궁극적인 시의 주제 의식을 강조하기보다는 매순간 미끄러지고 언어적 계열을 통해 특정한 이미지들을 반복적으로 생산한다. 그의 시가 보여 주는 엽기적인 상상력이야말로 이들 젊은 시인들의 시 세계에 나타나는 한 극단이라고 할 수 있다. 정재학의 「Psychedelic Eclipse」가 보여 주는 “불투명한 유리”와 “낡은 도시의 폐쇄로”는 자본주의적 도시가 갖고 있는 의사소통의 불가능성을 상징적으로 드러내고 있으며, 그것은 “‘사실’은 ‘진실’과 다른 계단에 있다”는 진술을 통해 이 세계의 허구성에 대한 문제 제기로 확장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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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공개인터뷰_나는 왜] 작품 속에서 작가의 가면을 쓰는가(최민석 편)
근데 거기 보면 언어유희, 말장난이 특히 많이 나와서 이 소설은 절대로 번역이 안 되겠구나, 라는 생각을 했어요. ▶ 최 : 그렇긴 하네요. 실패했네요. ▶ 김 : 저는 한국 작가로서 번역하기 힘든 작품을 쓰는 것을 굉장히 높게 평가하거든요. ▶ 최 : 그래도 번역은 되어야 좋은 거 아닐까요? ▶ 김 : 외국어와 한국어 사이의 접점을 잘 찾는 아주 뛰어난 사람이 나타나서 이 책의 내용을 훼손하지 않고 번역할 수 있는 날이 올 거라는 기대를, 저는 감히 가져 봅니다. 작가님은 입말을 활자로 바꾸는 데 그 거리를 상당히 조절을 잘하는 작가랄까요, 특히 작가 특유의 유머와 페이소스를 만들어내는 데 굉장히 뛰어난 기량을 가지고 있는 듯합니다. 일종의 소설적 전략인가요? ▶ 최 : 전략이 아주 없다고 할 순 없죠. 가독성 높게 쓰자, 항상 생각하고 있지만, 근본적으로 그것은 제가 책을 많이 안 읽어서 그런 것 같아요. 제가 책을 오래 못 읽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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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내일도 문학소녀, 시에 순정을 바치다
천양희 내가 언어유희 할 때는 세상의 모순에 대한 전략이었어요. 그때만 해도 마음을 잘 잡지 못하고 그럴 땐데 말놀이를 하면서 거기서 구원을 받았던 것 같아요. 내가 무료하거나 혼자서 쉬는 시간에 책도 좀 쉬고 싶을 때는 손가락 놀이를 잘했어요. 그게 끝나고 나니까 말 뒤집기, ‘교육’을 ‘육교’로 ‘선생’은 ‘생선’으로 ‘실상’을 ‘상실’로 ‘자살’을 ‘살자’로 뭐 이렇게. 이번에 시에도 들어갔지만 ‘입산금지’를 ‘지금 산에 들어감’으로 바꾸고 말놀이를 하면서 내 무료한 시간, 세상을 깨뜨리는 방법이었죠. 말놀이도 굉장히 잘 쓰면 괜찮아요. 나도 한때는 많이 써서 지적을 받고 지적해도 좋다고 썼는데 요즘 새삼스럽게 말놀이하는 것은 안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박성우 문청시절 이야기를 했으니까요. 시를 막 쓰고자 하는 젊은 친구들에게 해 주고 싶은 말씀이 있을 것 같은데요. 천양희 릴케가 한 말을 빌려서 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