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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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모색 [우리 같이 읽을래?] 실패해도 괜찮아
아래의 시를 한 번 같이 읽어보도록 하겠습니다. 하늘의 뜨거운 꼭짓점이 불을 뿜는 정오 도마뱀은 쓴다 찢고 또 쓴다 (악수하고 싶은데 그댈 만지고 싶은데 내 손은 숲 속에 있어) …중략… 열두 살, 그때 이미 나는 남성을 찢고 나온 위대한 여성 미래를 점치기 위해 쥐의 습성을 지닌 또래의 사내아이들에게 날마다 보내던 연애편지들 (다시 꼬리가 자라고 그대의 머리칼을 만질 수 있을 때까지 나는 약속하지 않으련다 진실을 말하려고 할수록 나의 거짓은 점점 더 강렬해지고) - 황병승, 「여장남자 시코쿠」 부분 인용한 작품은 황병승 시인의 「여장남자 시코쿠」의 일부입니다. 덧붙이자면 이 시가 실린 「여장남자 시코쿠」 (랜덤하우스코리아, 2005)는 2010년 〈 한겨레 21 〉에서 실시한 문학평론가ㆍ문학전문기자ㆍ서점 MD가 꼽은 2000년대 최고의 시집으로 뽑히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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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모색 [우리 같이 읽을래?] 내가 사랑한 고독
우리는 우리 자신을 직시하지 못한다. 화자는 칠일밤낮을 누운 채 이러한 고독의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이런 화자가 우리에게 보여줄 수 있는 육체쇼는 무엇일까? ‘죽은 듯이’ 누워 있는 모습이다. 즉, 화자가 보여줄 수 있는 육체쇼는 죽음뿐이다. 어째서 화자는 자신이 보여줄 수 있는 육체쇼는 죽음뿐이라는, 자신은 칠일밤낮을 누워 있다는 진술을 하는 것일까? 무엇이 그를 이렇게 무력하게 만들었을까? 나는 이에 대한 답을 시 「목마른 말로 2」에서 찾았다. 이 시의 화자는 프랑스에 있다. 그는 프랑스어를 전혀 모른다. 매일 밤 옆집 여자의 목소리에 그는 의문을 가진다. 그는 밤낮 사전을 펼쳤고, 그 여자가 하는 말이 무엇인지 깨닫게 된다. 그는 그녀가 하는 말들의 뜻을 알게 되었을 때 ‘괴롭고 비참한 심정’이 되었다고 말한다. 그 심정은 ‘마치 늙은 광부가 숨겨둔 상자를 열었을 때, 다이아몬드가 한 방울의 찬물이 되’는 것을 바라보는 것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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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좌담] 우리, 시 이야기 할까요?
대중이 읽지 않는 상황에서, 어떻게 하면 너희들이 읽을래? 누가 이기나 해보자 하는 식의 오기 같은 것이 생겼습니다. ▶ 장은정 : 시집을 냈음에도 독자가 없다는 사실을 직접 경험하면서, 지금 시를 쓴다는 것이 무엇인지 그 문제의식을 절감하게 되었다는 말씀이시군요. 그러면 첫 시집을 낸 것이 두 번째 시집에 있어선 문제의식도 바뀌는 계기가 되겠군요? ▶ 최승철 : 첫 시집이 나오기 전과 나온 뒤의 느낌이 다릅니다. 첫 시집이 나오기 전에는 어떤 시인들의 시집을 보면서 뭐 이런 시집을 냈나 하는 생각도 있었어요. 그런데 내고 나서는 겸손해지게 되었습니다. 시집이 나오기까지 이렇게 힘들었는데 내가 이런 쓴소리 같은 것을 어떻게 했을까 생각하게 됐습니다. ▶ 임현정 : 시집이 나온 지 약 한 달밖에 안 된 상황이라 저는 아직도 들떠 있습니다. 꽤 오래 기다렸다가 나온지라 제 책이 있다는 것 자체가 너무 좋은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