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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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하슬라
하슬라 유수연 묶인 개가 반경을 어슬렁거린다 내리는 것을 향해 짖어댈 때마다 아무도 돌아오지 않는 메아리가 자유를 찾았다 사라질 무언가를 내려다보면 정수리가 하얗게 변한다 연기가 피어나는 인가에는 얕은 숨처럼 검은 나무를 가득 놓아두었다 "인물이 아무것도 찾지 못했다", 생각했다 아무것도 보지 못했으므로 마른 장작을 던져 넣는다 외부에는 설원이 번져 가고 마른 가지가 부러지면 불꽃이 튄다 어둠 같은 눈동자에 불이 드리울 때. 새벽과 같은 얼굴로 현관에서 어깨를 털어내는 이. 공중에서 놓친 흰 천처럼, 그렇게 놓친 것이 떨어지고 올 사람이 아무도 없는데 개는 조용히 잠들어 있고 어디에 떨궈도 봉오리가 생기는 거대한 못이 문 밖에 있었다 내리치기보다는 살포시 덮어 두었으나 흰 피를 닦은 흰 천은 아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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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_콤마 > 시·시조 「개평」 외 6편
[아르코문학창작기금 - 시] 개평 유수연 조금 얻어 올 수 있었다 전부를 걸어 얻을 것은 좀 더 넓어진 의미의 전부였기에 내가 걸었던 것도 그것뿐이었다 국수를 삶는 어머니 국수를 삶는 냄비가 바글바글 끓는 저녁이다 검지를 엄지에 이렇게 동그랗게 말면 한 사람이고 좀 더 크게 동그랗게 말면 두 사람도 넉넉히 먹일 수 있다 운동회에서 아이들이 서로의 손을 잡고 더 넓은 원을 만들고 가운데로 모이며 좀 더 작게 원을 만들어 낸다 커졌다가 작아지는 놀란 눈동자를 본 적이 있다, 내가 본 도형 중 가장 슬픈 정수리였다 일의 뒤에 줄을 세우면 숫자가 커졌고 커지다 못해 감당할 수 없었다 영의 뒤에 줄을 세우자 아무 의미도 없었다 다 먹을 수 없을 양도 먹다 보면 다 먹을 수 있다 그런 양을 다 해치우다 보면 못 이룬 꿈보다 가끔 못 먹은 밥이 생각날 수도 있겠다는 네 말이 생각난다 그 미련이 가끔 웃기는 저녁이다 분명 누가 굴러떨어지고 깔아뭉개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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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신도시
신도시 유수연 바다는 바다이고 바다는 바다이며 그리움은 그리움이 아니었다 눈물은 모두 눈물이 아니듯 슬픔이 어디 모두 슬픔일까 지옥에 사는 이들이 불길이 덜 닿는 곳을 분양하고 있었다 시인은 모두 자기가 만든 신에 관해서 얘기하기 바빴고 종교인들이 모여 건물을 짓고 있었다 모이면 기도를 하기로 했지만 하루도 기도하지 않으며 벽돌만을 날랐다 바다는 바다이고 바다는 바다이며 그리움은 그리움이 아니었다 눈물은 모두 눈물이 아니듯 슬픔은 모두 어디서 슬픔이 되었을까 오빠! 고생 많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