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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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유르스나르의 『어둠 속의 작업』
[작가가 읽은 책] 유르스나르의 『어둠 속의 작업』 윤영수 프랑스 작가 마르그리트 유르스나르(Marguerite Yourcenar)의 『어둠 속의 작업』은 내가 좋아하는, 대할 때마다 매번 감탄하는 장편소설이다. “작가는 비평가보다도 더 가혹하게 자신의 작품을 판단해야 한다. 왜냐하면 그들보다 더 가까이에서 결함들을 보기 때문이다. 그 작품이 원했던 것, 이루어야 했던 것을 알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은 바로 작가 자신이다.” 유르스나르가 『어둠 속의 작업』 작가 노트에 써놓은 말이다. 『하드리아누스의 회상록』으로 널리 알려진 그녀는 『어둠 속의 작업』을 20대에 착상하여 60대에 완성했다고 밝히고 있다. 처음에는 주인공의 이름을 인용해 「제농」이라는 단편으로 발표했다가 다음에는 중편 「뒤레의 그림에서」로, 그리고 『어둠……』이라는 대하소설이 태어나기까지 총 40년이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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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소설 문단속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문단속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윤영수 1월 22일 화요일 오늘도 별일 없이 집에 돌아가게 되어서 어머니 감사합니다. 나무가시가 손에 박히지도 않고 멍든 데도 없어서 어머니 감사합니다. 오전에는 강동의 아파트에 침대 한 개, 오후에는 우리 공장에서 가까운 하남의 한 단독주택에 경대를 날랐는데 김 과장에게 야단맞은 것은 오전에 침대를 나를 때뿐이었습니다. “유순봉! 정말 왜 이러는 거야. 내가 미치는 꼴 보고 싶어! 하여간 공장에 가서 보자고. 돌아서면 일이 터지니 사람이 살 수가 있어야지.” 하지만 걱정 마세요 어머니. 공장에 돌아가서는 김 과장이 야단치는 것을 잊어버렸답니다. 어머니 감사합니다. 침대 배달을 떠날 때 김 과장은 내게 골조는 새것을, 매트는 창고 앞쪽에 따로 놓아 둔 반품된 것을 실으라고 했습니다. 골조는 박스로 포장되어 있었지만 매트의 비닐 포장은 당연히 벗겨져 있었습니다. 아파트 단지에 들어서기 전에 김 과장이 갑자기 트럭을 세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