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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소설 보르헤스의 e-book 도서관
보르헤스의 e-book 도서관 이갑수 873-ㅂ854ㅍ 『픽션들』 내가 보르헤스를 만난 것은 전 세계의 모든 전자책 서비스가 먹통이 된 다음날이었다. 그즈음 나는 도서관 생활에 완벽히 적응해서 어제와 오늘을 구분하지 못한 채로 살고 있었다. 내일도 달라질 게 없다는 게 유일한 고민인 무시간적인 생활이었다. -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가끔 짬이 나면 혼잣말을 했다. 892.83-ㅍ38ㅇ 『오몬 라』 나는 구청에서 운영하는 무인 도서관의 사서다. 공식적인 직함은 아니다. 명함에는 구청 문화정책과의 학예사로 되어 있다. 구청으로 출근하는 건 아니다. 아마 내 책상도 없을 것이다. 나는 외부에 알려지면 곤란한, 있지만 없는 존재다. 어디에나 있지만, 어디에도 없는, 말하자면 시간 같은 직책이다. 내가 시간이 된 것은 도서관장 때문이다. 무인 도서관의 관장은 당연직으로 구청장이 겸임한다. 구청장은 선거기간 내내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대비한 혁신과 변화를 부르짖은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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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소설 이해학개론
이해학개론 이갑수 질량을 가진 모든 물체는, 두 물체 사이의 질량의 곱에 비례하고 두 물체의 질점 사이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하는 인력이 작용한다. 유럽과 아시아 일부 국가에서는 뉴턴이 나무에서 사과가 떨어지는 것을 보고 이 법칙을 생각해 냈다는 낭설이 돌고 있다. 아마도 북유럽의 세계수 신화와 관련이 있는 소문일 것이다. 그러나 뉴턴은 사과나무 근처에도 가지 않는 사람이었다. 일곱 살 때 벌레 먹은 사과를 먹은 적이 있기 때문이다. 그때 그 사과에는 쐐기밤나비의 유충이 들어 있었는데, 그로 인해 뉴턴은 사흘 밤낮을 고열에 시달리다 겨우 깨어났다. 일부 뉴턴 연구가들은 그때의 열병이 뉴턴의 뇌에 어떤 영향을 줘서 독특한 사고체계를 만들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들의 주장을 받아들이면 뉴턴이 만든 모든 법칙은 결국 사과 때문에 만들어졌다고 볼 수도 있다. 나는 공식에 적용해서 사물과 현상을 생각하는 버릇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