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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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기다림 2
기다림 2 이수정 숲에 비가 내립니다 비가 그치고 나면 숲은 부쩍 자랄 것입니다 잎은 더 진해지고 벌들이 윙윙대며 어지러이 날아다닐 것입니다 달아나는 만큼 숲은 더 커질 뿐입니다 점점 짙어지는 숲, 발목에 감기는 수풀을 그냥 거닐어 보세요 기다림의 숲을 거닐 때가 좋았다고 생각할 날이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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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림 이수정 숲은 옥상에 세들어 있습니다 당신이 사는 집 긴 계단을 걸어 문을 열 때도 닫을 때도 조심해야 합니다 숲은 세들어 있기 때문입니다 문을 열면 길다란 나무들이 백 갈래의 가지를 뻗고 천 갈래의 뿌리를 내립니다 숲은 숨죽이고 세들어 있습니다만 잎사귀들이 자꾸만 달싹이고 반짝입니다 잎들이 나는 연습을 합니다 숲은 하나도 놓치지 않고 꽉 붙들고 있습니다 잎사귀들은 벌써 나는 연습을 마쳤습니다 빛나는 사과를 따듯 당신이 허공에서 잎을 따낼 때까지 잎사귀들은 배회하고 다닐 것입니다 외로운 섬이 갈매기를 띄우듯이 이젠 잎을 날려야 하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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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모색 눈 내리던 어느 날, 경계에서 만나다
나는 이수정, 한서웅, 김가영, 홍성민 친구와 함께 조 이름도 정하고 서로 소개도 하는 시간을 가졌다. 북카페 사장님이 되고 싶다는 이수정 친구의 최애 작가는 파트리크 쥐스킨트, 고전을 즐겨 읽는 한서웅 친구의 최애 작품은 칸을 빽빽이 채울 정도로 많았다. 홍성민 친구는 춘천에서 온 김가영 친구에게 참 행복해 보이는 얼굴이라는 첫인상 평을 남겼다. 그 말에 모두들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했다. 조 이름을 정하며, 작가나 문학작품에서 따온 멋들어진 이름이 나오겠지 하고 고대했는데 웬걸, 우리 조는 '타조', 다른 조들은 C조새, 불사조, 퀸조, 다소 정체를 알 수 없는 이름들이 붙었다. 오리엔테이션으로 서로의 얼굴을 익힌 후, 저녁을 먹고 나서 박찬세, 신철규 시인과 함께 '심심하지 않은 심야낭독회' 시간을 가졌다. 두 시인의 낭독과 함께 글틴 캠프 참여 학생들이 미리 준비한 질문지에 대답하는 형식으로 낭독회는 진행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