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5)
-
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새싹
새싹 이윤학 개천바닥이 말라버렸다 개천바닥이 갈라져버렸다 금들은 서로 만나 바닥을 떼어놓았다 풀씨가 날아와 금 안에 뿌리를 내렸다 금 안에 잎을 펼쳤다 홍수가 덮칠 때까지 바닥이 오므라들 때까지 끊임없이 내려가는 새싹 물길 위로 올라가야 할 새싹 물살에 쓸려가지 말아야 할 새싹
-
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물방울 王冠
물방울 王冠 이윤학 양철처마 끝 골마다 고드름이 달렸습니다. 해가 솟았습니다. 붉은 슬레이트 지붕 며칠씩 눈이 쓸어낸 발한 등짝이 달궈집니다. 어디선가 실금들이 움트는 소리 들려옵니다. 안마당 시멘트 프라이팬 홈 속에서 물방울들 튀겨집니다. 어서 나와 물방울 왕관을 써 보시라. 바깥마당 진흙탕도 무수히 물방울 왕관을 튀겨냅니다.
-
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향연사
향연사(香蓮寺) 이윤학 도리깨로 진탕 허리를 두드려 맞아 오른손을 옆구리에 달고 사는 남자. 담벼락에 쭈그리고 앉아 허리를 두드리는 남자. 감꼭지를 바라보는 남자. 그 남자 옆에 벌렁 드러누워 배를 깐 암캐 한 마리 앞 발목을 구부리고 떤다. 옆구리에 오른손을 달고 허리를 두드리는 남자 눈초리가 길어진다. 도리깨질이 멈추지 않는다. 연못 가장자리에 박힌 말뚝들이 해머 자국 꽃을 피운다. 얼음에 박힌 돌들이 얼음을 녹인다. 내게로 와라. 내게로 와서 고인 물을 마셔 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