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문장(0)
글틴(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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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틴 > 소설 로드 킬(road kill)
대체 어디에 사용하려고 가지고 다녔는지를. 2 "이정현, 정현아! 자? 야, 자?" 선미의 목소리가 들렸다. 나는 눈을 게슴츠레 떴다. 그리고 선미의 어깨를 잡고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이곳이 어디인지 적응하기까지 잠깐 동안 눈을 감고 있었다. 얘, 너 어디 아파? 선미의 목소리를 듣고 나서야 나는 이곳이 어딘지 깨달았다. 봉고차 안이었다. 재혁이 오빠와 호준이 목소리가 들렸다. 왜, 정현이 어디 아프대? “아냐.. 괜찮아...” 나는 힐끗 창 밖을 바라보았다. 창 바깥쪽은 완연한 어둠이었다. 벌써 밤이라니. 자는 동안은 시간이 배로 일찍 지나간다. 이래서 나는 낮잠이 싫다. 자고 나면, 무언가 커다란 것을 하나 잃어버린 것 마냥 커다란 소실감이 느껴진다. 특히 삼촌의 꿈을 꾼 날은 더더욱. 무슨 일이든 세월에 풍화된다고, 시간을 이기는 것 따위는 없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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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틴 > 소설 무심함은 거짓을 낳는가
“이정현 양. 나의 질문에 대답해줄 수 있겠나요?”정현은 다급히 선생님들을 찾았다. 그들은 이런 일을 막아 줘야만 했다. 하지만 그들은 망설이는 듯하면서도 움직이지 않았다.아이들의 눈총에 정현은 결국 무대 위로 올라갈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마이크를 잡았다.저는 불우한 환경에서 태어났습니다…불쌍해 보이는 가정사로 시작하려던 정현은 멈칫했다. 굳이 그럴 이유가 없었다.“저는… 저는 너무나 당황한 나머지 움직이지 못했고, 도망치고 싶다는 마음과 신고해야 한다는 마음 사이에서 갈등했을 뿐이었습니다. 저는.. 너무 무서웠어요.”정현은 이어갈 듯하더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여자는 매섭게 째려보는 눈으로 정현을 바라보다 마이크를 다시 건네받았다.“감사합니다. 저는 아무 의미 없는 대답을 위해 이런 짓을 해버렸네요. 많이 부끄럽습니다. 끝으로 이런 일이 다시는…”여자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연설을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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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틴 > 소설 꽃
이정현. 언젠가는 이 시든 꽃에게도 볕들 날이 오겠지.” 고개를 세차게 끄덕인 정현은 제 방 안을 둘러보며 미소를 지었다. 분명 한쪽 구석에서 바퀴벌레가 스스슥, 하며 나타날 것도 같았지만 그것은 아무래도 상관없는 듯 했다. 이제 그녀라는 꽃은 화사하게 만개할 차례만 남았으니! 정현의 입가에 기다란 호 하나가 펼쳐졌다. 그래, 조금만 버티자. 그녀는 굳게 다짐하며 입안으로 숟갈을 밀어 넣었다. 그리고 방안을 크게 울리는 와자작, 하는 소리. 그녀는 찰나, “너 나이 때에는 돌도 씹어 먹을 나이야. 알아? 돌도 씹어 먹을 나이라고.” 제 귓가에 울리는 지점장의 목소리에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그러고는 손바닥에 밥을 뱉었다. 부서진 돌가루. 그녀는 그것을 한참을 바라보다, 짐짓 울상을 지었다. 집에 지금 지어진 밥이라곤 이것밖에 없는데. 정현은 힘겨이 둔부를 끌어 개수대의 쌀통에 손을 집어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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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예지 > 딩아돌하 불안 혹은 삶이라는 결여
- 박진성, 「대화들」 전문 (『식물의 밤』, 문학과지성사, 2014) ━━━━━━━━━━━━━━━━━━━━━━━━━ 이정현 서울 출생. 2008년 『문화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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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예지 > 문학사상 문학사상 2014년 3월호
살아남으라, 그리하여 자신의 언어로 말하라 이정현(李政炫)|문학평론가 디스토피아, 혹은 도래한 미래 소외와 인간에 대한 관리가 임계점에 달했음을 경고하는 안티 - 유토피 아. 디스토피아의 일반적인 정의다. 학자들의 과학적 소견을 굳이 경청하 지 않더라도, 인류의 미래를 긍정적으로 예견하는 자는 드물다. 많은 이들 은 현실이 지옥이 아니라고 믿는다. 불길하고 거대한 미래의 환란은 아직 오지 않았다고 말이다. 세계대전도, 치명적인 전염병도, 소행성 충돌이나 급격한 기후의 변화도 없지 않은가. 공간과 자원도 아직 여력이 남았다(고 믿고 싶다). ‘아직’이라는 부사는 미래와 현재를 분할하는 막연하고도 견고 한 경계선( / )이다. 시간이 남아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려는 몸부림과 불안한 현실을 외면하 고 싶은 마음이 뒤섞인 채 디스토피아는 아직 도래하지 않은 미래로 규정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