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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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길에 관한 명상
길에 관한 명상 이종암 연못 안에서도 물이 흐른다 흐른다는 것은 길이 있다는 것이다 겨우내 묶여 있던 얼음 봄날에 녹으니 물 아래 검은빛의 나뭇잎 물 따라 저도 흐른다 죽음, 그 뒤에도 길이 분명 보이지 않는 길이 있다는 건가 나무와 꽃 짐승과 사람 누구에게 그 어떤 것도 지울 수는, 다시 물릴 수도 없는 것이다 길은 여기저기까지만이라는 게 없다 길은 그냥 길이다 힘들다 無邊의 길 위에서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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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바닷가 편지
바닷가 편지 이종암 바닷가 벼랑에 강단지게 서 있는 해송 한 그루는 우체국이다 파도와 바람의 공동 우체국 수평선, 지평선 너머의 소식들 푸른 솔가지 위로 왔다가 가네 영원한 정주(定住)는 없다는 걸 흔들리는 여린 가지 끝에서 나는 예감하네 물 알갱이 하나 햇살 따라 바람 따라 오고 가는 것 누가 여기 이 자리에 나를, 또 너를 비끄러매려 해도 소용없는 일임을 나는 알겠네 소용없는 길 위에 서서 내가 본 만큼의 내용으로 그만큼의 빛으로 편지를 쓰네 봄날 흙 속으로 내려가 앉는 물의 걸음으로, 숨을 놓으며 쓰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