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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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소설 살인자, 여자들의 희망 2009
머저리 자식. 남자 (음침하고 무거운 목소리) 다시 한 번 말해 봐. 인형1 머저리 자식……. 암전 풍선 터지는 소리와 함께, 아악! 인형1의 비명. 다시 조명 남자의 한 손에는 바람이 빠져 쭈글쭈글해진 인형1이 들려 있고, 다른 손에는 피가 뚝뚝 듣는 커다란 식칼. 남자 (침착한 목소리) 머저리라구? 제 주제도 모르는 년. 뒈져서도 한 번 말해 보지? 어서, 어서 말해 봐. 남자, 소파에 털썩 주저앉자, 침대 맡의 작은 라디오의 알람이 울린다. 그리고 노이즈와 함께, 머저리 자식, 머저리 자식, 머저리 자식……. 남자 (짧은 신음과 함께 소파에서 벌떡 일어서서) 뭐, 뭐야! 이게 뭐야! 라디오를 집어 들어 바닥에 세게 던져 깨뜨린다. 무대 천천히 암전. 여전히 스피커에서는 머저리 자식, 머저리 자식, 머저리 자식. 집어던지는 소리, 깨뜨리는 소리. 점점 커지는, 머저리 자식, 머저리 자식, 머저리 자식. 조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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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마로니에백일장 우수상_아동문학]푸른 눈동자, 윤석이
나는 내려가는 진수 자식 뒤통수에 대고 으름장을 놓았다. 언덕을 올려다보았다. 푸른 하늘이 보였다. 내 눈처럼 파랗고 푸른 하늘. 엄마 눈처럼 예쁜 하늘이다. “어데 갔다 왔노. 진수가 니 찾던데.” 할머니가 내 바지를 툭툭 털어 주면서 말했다. 나는 입을 삐쭉 내밀었다. ‘치, 찾으면 뭐 하노. 진수 자식 두고 보자.’ 다음날, 나는 아침을 얼른 먹고 제일 튼튼해 보이는 비료 포대를 골라 진수보다 빨리 언덕에 올랐다. 튼튼한 비료 포대는 눈도 뜨지도 못할 만큼 빨랐다. 오르락 내리락 연습을 했더니 땀이 났다. 잠시 후 휘파람 소리가 나더니 진수가 나타났다. 진수 손에도 비료 포대가 들려 있었다. “연습은 많이 했냐? 푸른 눈깔.” 여전히 진수는 내 이름을 부르지 않았다. 우리는 어제처럼 셋을 세고 출발했다. 이번엔 어제처럼 당하지 않을 테다. 나는 몸을 뒤로 젖혀 빠르게 내려가는 진수를 따라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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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빗소리
빗소리 장옥관 비 오시는데, 빗소리는 하염없이 쌓이고 또 쌓이는데 기차도 타지 않고 버스도 타지 않고 어떻게 혼자 찾아왔을까 개가한 엄마 찾아 무작정 집 나선 와서는 말 한마디 못 건네고 돌아서는 저 빗소리…… 제 낳은 자식 내팽개치고 도망가는 어미처럼 소리는 비를 지상에 서둘러 부려놓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