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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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늦단풍 외 3편
낭송 : 장철문 출전 : 장철문 시집 『무릎 위의 자작나무』, 창비,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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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경칩과 청명 사이
경칩과 청명 사이 장철문 콘크리트 보도 위에 알갱이들이 밟혀 부서지고 있다 야박한 구둣발들이 무던히 으깨고 지나갔다 누가 무화과포를 흘렸는가 했더니, 메마른 은행나무 가지가 겨우내 움켜쥔 과실들을 내려놓은 것이다 목련 가지가 켜켜이 비끄러맨 빗장을 열어 흰 꽃봉을 내어밀듯이 꽃소식이 부고를 밟고 오듯이 메마른 가지가 신생을 움켜쥐기 위하여 움켜쥔 손을 햇살에 풀어 비워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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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순천만에 새떼가 온다
순천만에 새떼가 온다 장철문 밥 먹으러 오니? 나도 밥 먹으러 왔다 밥 벌어 새끼 키우러 왔다 갈대도 밥 먹으려고 소금밭에 뿌리를 내리지 너희들도 무논으로 출근을 하고 개펄로 퇴근을 하지? 독감에 걸려 기침을 하지? 너희들과 나는 감기를 주고받는 사이, 날개와 부리를 놀려 목구멍에 밥을 넘기는 사이 능선을 따라 흐린 북녘에서 참 끝없이도 돋아나구나 콩싹처럼 돋아나서 부리로 허공을 뚫고 오는구나 오랜 비행에 날개가 아파서 칭얼대는 아이들이 제 하늘 속으로 사라질 때까지 러시아워 속에서 날개를 놀려야지? 너는 목이 길고 다리가 가늘지? 나는 허리가 가늘고 눈길이 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