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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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_콤마 > 수필 양파와 수박의 이중주(二重奏)
양파와 수박의 이중주(二重奏) 전병덕 대수롭지 않은 시작의 엉뚱한 결과였다. 점심 식사를 하며 가볍게 촉발된 종교적 논쟁이 기어이 선을 넘었다. 아내에게 말대꾸하지 말자는 종심(從心)의 속다짐은 어디로 도망갔는지 흔적조차 없고 식탁에는 거친 고성의 파편만 군데군데 널브러져 있다. 단세포적 외골수 성향이 근본적 요인이기는 하나 타이르는 듯한, 아내의 은근한 교시성 역시 부정할 수 없는 원인 중 하나일 것이다. 문제는 일과성에서 점진적 진화와 더불어 하루하루 다르게 ― 정년퇴직 후 두드러진 현상이다 ― 노골화되어 가는 데 있다 하겠다. 아내와 난 언뜻 닮은 듯하면서 사뭇 다르다. 겉으로 단정하고 결곡한 품(品) 등이 일견 흡사해 보이나 속내는 아주 딴판인 데가 많다. 특히 시간관념과 정리정돈 등 사안에서 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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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_콤마 > 수필 「주(酒)와 색(色), 경계에 서다」외 1편
주(酒)와 색(色), 경계에 서다 전병덕 동가홍상(同價紅裳)이라 했던가. 전립샘 비대증 검사를 마친 의사의 발기 부전 치료를 곁들이라는 처방에 쾌히 응했다. 그때부터 1~2주 간격으로 약을 바꿔 가며 달포가량 치료가 시작되었다. 그러나 효과는 나타나지 않았다. 야간뇨도 급박뇨도 발기 부전도 그대로였다. 다만 얼굴에 홍조가 드러나고 코가 막히는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음주에 대해 별말이 없던 의사는 대학병원 진료 의뢰서를 작성하며 혼자 머리를 갸웃거렸다. 술과의 인연은 중학교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충청북도 최북단에 위치한 면 소재지 중학교는 ― 실개천을 사이에 두고 경기도와 분기하는 특성으로 ― 이삼십 리쯤 되는 먼 곳에서의 통학생이 상당히 많았다. 중학교 2학년 때 초봄이었던 것 같다. 마을에 회갑 잔치가 있다는 한 친구의 제안에 네댓 명이 어울려 몰려갔다. 교복 차림인 채 골방에 둘러앉았는데 한 아주머니가 소반에 음식을 한상 차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