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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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푸른 그리움
푸른 그리움 정남식 저 넓은 그리움을 어떻게 바라본단 말인가 저 넓은 푸른 그리움을 아무리 붉은 혀의 울음으로 울어도 바다는 푸르기만 하다 푸름이 나를 절로 설레게 한다 이 푸름은 빛과 시간을 바꿔 가며 제 빛깔을 바꾼다 바다를 바라보면 볼수록 그리움의 그림자는 오, 사라지지도 않지, 수많은 겹의 물살을 치고 있다 물결의 살내를 저미는 갈매기가 이 바다를 다 볼 수 없듯 이 그리움을 다 그리워할 수 없다 그리움의 끝이 어떻게 지워질 것인가 서녘 해거름에 눈빛 빨갛게 물들어 마침내 별빛에 쏘이다가 어둠으로 푸른 어둠으로 내가 지워지기 전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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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젖는 뿌리
젖는 뿌리 정남식 뿌리가 젖는다 오래오래 땡볕이 땅에 머문다 뿌리는 잔뿌리가 바삭거릴 때마다 뿌리털에서 목이 메인다 빛의 오래된 힘에 이미 잎새는 쩡 갈라지는 공기로 호흡이 거칠고 가지는 관절이 저리고 시리다 옹이는 더욱 굳어 돌 같다 돌마음이나 될까 네게 전하리라 내 뒤끓는 가래 그르렁그르렁 모아 겨우 침이지만 뱉고자 하나 몸 가려운 뿌리 흙이 먼저 부른다 네 진정 흙으로 가면 네게 전할 말 땅에 저절로 묻히리라 가래조차 딱딱해져 석회의 말로 굳는다 푸른 마른하늘 아래 물새 한 마리 날개 밑을 뒤적이다가 우듬지에 앉아 젖은 그림자 떨구고 날아간다 깊은 숨 들이쉬어 뿌리가 이내 젖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