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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로니에백일장 우수상_산문] 엄마의 얼룩 정선진 아무리 표백제를 넣어도 얼룩이 지워지지 않는다. 당장 엄마에게 전화해서 이럴 때는 어떻게 하냐고 물어보고 싶지만 나 혼자 해결해야 한다. 아마도 엄마는 항암 치료를 받고 난 후 침대에 쓰러져 있을 것이다. 이깟 속옷, 새로 사면 그만이다. 하지만 엄마는 한사코 고집을 부렸다. “그걸 왜 다 버려? 표백제 넣고 깨끗하게 삶으면 돼. 너는 무슨 애가 아낄 줄을 모르니?” 그렇게 아끼고 살아서 그런 모습으로 침대에 누워 있느냐고 말대꾸를 하려다 동생이 팔을 잡아당기는 바람에 꾹 참았다. 제 때에 병원만 갔어도, 속옷에 짙은 갈색 얼룩이 생기기 시작했을 때 검사만 받았어도 자궁과 난소를 도려내지 않아도 되었을 것이다. 그것도 모자라서 방사선 치료에 항암제까지 맞아야 한다니……. 의사가 ‘암’이란 말을 처음 꺼냈을 때 나도 모르게 웃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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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수작으로 선정된 정선진 님의 「엄마의 얼룩」은 글제 ‘염색’을 소재로 한 많은 글들이 ‘늙어감에 대한 소회’로 치우쳐 있었던 것을 생각하면 발상 자체부터 특별했다. 암 투병 중인 어머니의 속옷에 묻은 하혈의 흔적에 대해 ‘표백’의 에피소드를 적어 내려갔기 때문이다. 아프고 독창적인 글이었다. 장원으로 선정된 박현 님의 「엄마의 그림자」는 심사위원 전원이 입을 모아 감탄하며 읽었던 작품이었다. 이복형제를 둔, 불행한 가족사를 조근조근 들려주는 글 솜씨가 우선 압권이었다. 담담했고 사려 깊었다. 불행을 불행으로 수긍하는 쪽이 아니라 불행 자체를 이해하려는 의지가 순한 어조 속에 글 전체에 깔려 있었다. 무엇보다 결말로 제시된, 이복형제들이 한자리에 모인 제삿날의 풍경은 사람의 가능성을 일깨우는 매우 아름다운 장면이었다. 아동문학 부문 심사평 먼저 아동문학 부문에 제출된 작품들이 대체로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었다는 점을 밝혀 두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