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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회 문장청소년문학상 우수상 수상작 / 시] 스프린터 PoetryCentruy(박준영) 나 같은 스프린터에게 달리라고 하지 말아줘 오늘을 위해서 바람에 발목을 조이고 발등이 무너진 운동화를 신었어 총구가 어디를 향하든 나는 제자리 네가 뒷걸음질을 시작하는 곳에서 환호성이 스타트 라인처럼 경계를 만들고 있어 언제까지나 너는 응원해야하는 처지에 놓여서 다른 곳으로 가고 싶어하지 뒤꿈치를 치켜세우고 사지로 분위기를 버티는 스프린터들 고개를 숙인 채 심장을 내려다보지 아킬레스건이 올라온 발목이 스프린터가 내세우는 유일한 날 너는 비장하다는 말로 돌아가려해 인파 속으로 머리칼이 뒤돌아서는 장면이 나의 정면과 오버랩 되고 있어 쫓아가는 건 쉬워도 따라가는 게 힘든, 나는 출발을 기다리는 아마추어달리면서 울먹이는 버릇을 갖고 있어 ■ 수상소감 잘 모르겠고 시를 쓰던가 술을 먹을 생각입니다. 박준영 인천 출생. 1997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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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회 문장청소년문학상 우수상 수상작 / 감상·비평글] life on mars - 직감과 증거, 선과 악, 현실과 비현실 사이에서 투또우(김지인) 화성에서의 삶, 이라는 제목을 보고 당신이 이 드라마에 대해서 무슨 상상을 할지 모르겠다. 공상과학이나 판타지 드라마를 상상했다면 그것은 크나큰 오해다. 사실 이 드라마는 화성은커녕 외계인 한 명조차 등장하지 않는다. 오히려 판타지와는 거리가 먼, 1970년대의 영국의 작은 마을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으로서는 상상하기 힘든 옛 시절의 폭력과 차별을 마주하고 있노라면, 당신은 그 시절에 대해 화성보다 더 멀다고 느끼게 될지도 모른다. 간단히 줄거리를 요약하자면 샘 타일러라는 경찰이 자동차 사고를 당해서 기절을 했다가 깨어났더니, 난데없이 2000년대에서 1970년대로 가게 되었다는, 어쩌면 터무니없는 이야기다. 주인공은 미친 걸까? 사고로 혼수상태에 빠진 걸까? 아니면 진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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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회 문장청소년문학상 우수상 수상작 / 생활글] 상처 세피아(김소정) 오랜만에 휴대폰을 손에 쥐어 보았다. 검은색 바탕 위로 내 얼굴이 살며시 비쳤다. 한 달 만에 재회한 휴대폰이 왠지 낯설게 느껴졌다. 내 손을 다 덮고도 남을 크기의 휴대폰을 손에 쥐고 엄지손가락으로 애써 전원을 눌렀다. 버튼을 누름과 동시에 내 얼굴을 비추던 검은 화면 위로 하얀 바탕에 통신사 로그가 그려졌다. 그리고 몇 초 후 그동안 켜보지 않은 것을 원망하듯 부재중 전화와 메시지가 밀려왔다. 메시지 하나하나에 읽고 답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부담스럽게 다가왔다. 나는 밀린 과제를 더 미루고픈 마음에 도망치듯 휴대폰을 침대 위로 던지고 방에서 나왔다. 아무도 없는 집의 부엌은 식탁 위 반찬들만 고요히 조명을 받고 있었다. 나는 썰렁한 공기 속을 걸어 식탁의자에 앉았다. 어둑한 침묵에 태클을 걸고 싶은 마음에 달그락 와그작 요란한 소리를 내며 밥을 입속에 밀어 넣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