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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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모색 에덴으로 보내는 편지
[제14회 문장청소년문학상 우수상 수상작/수필] 제14회 문장청소년문학상 우수상 - 에덴으로 보내는 편지 김한세(김규리) 에덴으로, 딸에게 작년은 내가 처음으로 너를 자각했던 때란다. 지상에 떨어진 내가 낙원에 있을 너를 느낀다는 건 곧 내 존재가 그만큼 상처입고 불안정해졌다는 것을 의미하겠지. 환경에 종속된 인간은 그를 둘러싼 세계가 위태로워지고 휘청거리는 순간에야 비로소 자신 존재의 오롯함을 느끼는 것처럼 말이야. 용서를 하나 구하자면, 그렇기 때문에 나는 너를 자각했던 그 순간에 편지를 보내지 않았어. 내가 두려웠던 탓이야. 그 어떤 생각도 명쾌하게 정리되지 않고 심지어 일종의 박탈감마저 느끼는 상황에서 내가 이성을 잃고 존재를 난도질할까 두려웠단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네게 편지를 쓰고 있지. 조금 모순적일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시간이 일정 지난 오늘의 나는 어느 정도 떨어진 위치에서 나 자신을 바라볼 수 있는 능력이 생겼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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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모색 로그원 스타워즈 스토리 감상
[제14회 문장청소년문학상 우수상 수상작/감상&비평] 제14회 문장청소년문학상 우수상 - 로그원: 스타워즈 스토리 감상 물개맨(신유진) 대개 영화를 비평할 때에는 영화에 반영된 현실의 무언가를 주목하기 마련이지만, 간혹 세상에 자신을 반영시키는 작품들이 분명 있다. 어느덧 시작한 지 40년이 넘은 스타워즈 시리즈는 영화가 현실의 문화를 지배하게 된 대표적인 사례이다. 따라서 스타워즈 시리즈의 외전 격인 <로그원 : 스타워즈 스토리>를 논하기에 앞서 '스카이워커 가문'에 얽힌 이 거대한 사가(saga)의 위치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스타워즈 시리즈는 미국의 신화이다. 스타워즈를 격상하기 위한 꾸밈말이 아니라, 별다른 건국 신화를 가지고 있지 않은 미국인들에게 스타워즈 시리즈는 정말로 일종의 대체 신화로써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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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모색 등껍질 속 가족
[제14회 문장청소년문학상 우수상 수상작/소설] 제14회 문장청소년문학상 우수상- 등껍질 속 가족 잇몸(오태연) 할머니는 내가 태어난 게 새빨간 거짓말이라고 말했다. 너는 돌다리 밑에서 주워 온 거야. 비가 아주 많이 오는 날이었지. 네가 강에서 떠다니는 걸 네 애비가 주워서 집 앞에 놓고 갔어. 그게 끝이야. 할머니가 술과 한 뭉텅이의 약을 왕창 먹고 식탁으로 올라가 손을 번쩍 들고는, 하나님 아버지! 하고 울부짖었다. 나는 엄마와 배를 잡고 웃었다. 킥킥, 움직이는, 움직이는 텔레비전이야. 엄마가 내 옆에 찰싹 달라붙어 속삭였다. 엄마의 입김이 귀에 닿자 알코올과 약방의 냄새가 났다. 괜히 간지러운 느낌이 들어 귀를 벅벅 긁었다. 빨간색의 무언가가 손가락 끝에서 묻어나왔다. 립스틱이었다. 나는 고개를 돌려 엄마를 바라봤다. 화장을 고치고 있는 엄마가 보였다. 엄마는 집에서도 밖에서도 립스틱을 바르고 다녔다. 크레파스로 덕지덕지 뭉쳐놓은 것 같은 모습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