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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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_콤마 > 수필 「낙원구 행복동」외 1편
조세희 작가가 꿈꾸던 세상을 생각하며, 사랑의 세계는 이 땅에서 결코 이루어질 수 없는 유토피아인지 생각에 빠진다. 제주의 색 제주도 서쪽에 위치한 해안 마을에서 잠시 산 적이 있다. 대문 밖을 나서면 밭들이 펼쳐져 있고, 큰길을 건너면 가까이 바다가 있었다. 새벽에 수탉의 우렁찬 울음소리에 잠을 깨곤 했는데 제주에서도 특히 바람이 센 지역이라 바람 소리에 잠을 깬 적도 많았다. 서울에서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던 습관도 바뀌어 제주에서는 아침 일찍 산책을 나가 올레길을 걷곤 했다. 마을에는 할머니들이 많았는데 그들의 부지런함에 매번 놀랐다. 커다란 모자 위에 세수수건을 걸치고 헐렁한 바지에 낡은 셔츠 차림으로 농사용 엉덩이 방석을 깔고 밭에 앉아 아침 일찍부터 일하고 있는 제주 할망들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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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30년을 쏘아 올린 작은 공
소설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의 200쇄 돌파를 기념하는 인터뷰에서 작가 조세희 선생은 역설적이게도 ‘부끄러운 기록’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렇습니다. 부끄러운 기록입니다. 30년 전이나 지금이나 난장이들의 문제는 개선되어진 것이 많지 않기 때문입니다. ‘혁명’이 아닌 ‘사랑’으로 자본주의의 모순을 극복해 보려고 난장이는 30년이 넘도록 하루도 쉬지 않고 매일같이 천국으로 쇠공을 쏘아올리고 있나 봅니다. 《문장 웹진/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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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오래된 신생
하지만 ‘아파트’와 ‘망루’로 세목이 옮겨가면서 이 시편은 조세희 소설과 적극 접속한다. 그럼으로써 울음의 부피만 서서히 불리고 있는 허름한 세입자의 언어가 시편의 전체적 분위기와 전언을 감싸게 만든다. 남루하고 불안한 공기 속에서 짓이겨진 목소리는, 낮은 곳에서 망루에 올라 자신을 던진 조세희 주인공과 고스란히 겹친다. 화자는 ‘집’을 찾아나선 아버지가 자신을 소진하는 휘발의 순간을 잡아채어 그것을 마지막 “단 한 번의 발화”로 기억함으로써, 아버지의 행위에 보편성을 부여한다. 시단에 모처럼 구체적 “생활 감각을 가진 시”(「심사평」)가 나타나서, 앞으로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견문록”(「당선소감」)이 씌어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품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