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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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소설 [중편연재] 외계인 ④
[중편연재] 외계인 (제4회) 박상우 「무안불(無顔佛)」 / 중국 쓰촨성 광원 천불애(中國四川省 光元 千佛崖) / Photo by 박상우 오후 세 시 사십 분, 나는 7층의 4인 병실로 옮겨졌다. 오전에 지하 3층의 검사실로 나를 데려간 두 명의 아르바이트생이 다시 와 이동을 도왔다. 좌우로 두 개씩 침대가 배치된 4인 병실은 이전의 6인 병실보다 훨씬 차분한 안정감이 느껴졌다. 출입문 맞은편에 넓은 창이 있어 앞이 확 트인 느낌이 들었다. 이전 병실에 창이 하나도 없었다는 게 비로소 되새겨졌다. 출입구 좌측, 화장실 바로 옆에 나의 침대는 배치되었다. 맞은편에는 안경을 쓴 40대 후반의 남자가 침대를 15도쯤 세우고 누워 나의 침대 배치를 유심히 주시하고 있었다. 덩치가 크고 낯빛이 검붉어 성격이 급하고 다혈질일 것 같은 인상이었다. 내 침대 배치가 끝나고 아르바이트생들이 돌아가자 그가 기다렸다는 듯 말을 걸었다. “거긴 어디가 아파서 온 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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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소설 [중편연재] 외계인 ③
[중편연재] 외계인 (제3회) 박상우 「기도하는 여인」 / 중국 쓰촨성 광원 천불애(中國 四川省 千佛崖) / Photo by 박상우 오전 아홉 시 경, 새벽에 왔던 간호사가 주사액 두 개를 카트에 싣고 나타났다. 하나는 큼직한 사각 비닐봉지에 담긴 우윳빛, 다른 하나는 작은 직사각형 비닐봉지에 담긴 투명한 주사제였다. 내가 침대에 반듯하게 눕자 간호사가 왼팔에 토니캣을 묶고 혈관을 찾기 위해 검지와 중지로 나의 팔을 문지르기 시작했다. 몇 초 뒤 주사바늘이 살갗을 뚫는 게 느껴지고 곧이어 토니캣이 풀어졌다. 두 개의 주사제가 반창고로 단단하게 부착된 수액 연결 커넥터를 통해 동시에 혈관으로 흘러들기 시작했다. “잠시 뒤 검사실로 이동할 거니까 어디 가지 말고 자리에 계세요.” 간호사가 허리를 펴고 나를 내려다보며 미심쩍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담당의사 회진은 없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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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소설 [중편연재] 탑의시간 ④
[중편연재] 탑의 시간 (제4회 최종) 해이수 저녁 시간이 지난 후라 옥상 레스토랑에는 L과 M 외에 다른 손님은 없었다. L이 음식을 다 먹고 일어날 즈음 M이 나타났다. 내일 아침 첫 비행기로 바간을 떠나는 L은 지금이 아니면 인사할 시간이 없었다. M은 주문한 볶음밥을 반도 먹지 않은 채 숟가락을 내려놓았다. 맞은편에 앉은 L이 물었다. “뭘 하다가 이렇게 늦었어요?” “자전거를 타고 탑과 탑 사이를 돌았어요. 엎드려 절을 하고……. 돌아와서 방문을 여는데도 혹시나 왔을까, 하는 기대를 못 버렸어요.” L이 보기에 M은 며칠 째 잠을 못 이루고 음식을 못 먹는 듯 했다. 무더운 날씨에 종일 페달을 밟았는지 고단하고 까칠해진 얼굴이 애처로웠다. “힘든 하루였겠네요.” “쉐구지 파고다에서 불상에 금닢을 붙이며 그녀의 행복을 빌었어요. 왜 오지 않았을까, 그 의문이 사흘 내내 머리를 떠나지 않아요.” M은 유리잔에 담긴 물을 몇 모금 마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