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6)
-
문장웹진 > 문장웹진 > 소설 액션의 고향
“아빠, 나 트랜스젠더 변신.” X의 아들이 여장을 하고 나타났다. 뽀글파마 가발을 썼고, 코밑엔 애교점을 그려 넣었다. 분장을 완성한 뒤 아이는 눈까풀을 깜박대면서 교태를 부렸다. 풋, X의 아내가 웃었다. 열 살 사내아이의 재롱이라기엔 수준이 높았던 것이다. X는 웃지 않는 걸 기본으로 삼는 남자다. 아이의 재롱에 히죽 웃는다면 가장으로서 존경을 받을 수 있겠나, 하는 게 X의 오랜 관념이었다. 아들이 제아무리 미스코리아 흉내를 내도 웃어선 안 된다. 트랜스젠더 쇼는 5분간 이어지다 끝났다. 아이는 침착하게 가발을 벗고 애교점을 지웠다. X는 끝까지 웃어 주지 않았다. 아버지는 뭔가 국가의 중책을 수행하는 사나이야. 그것이 아이의 견해였다. 웃어 주지 않는 아빠에게 앙심을 품진 않았다. 오히려 아이는 존경심으로 뺨을 붉혔다. X는 아들의 홍조를 보고는 좀 더 냉혹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아빠 최강. X의 아들은 안심했다.
-
문장웹진 > 문장웹진 > 비평 미래파는 우리에게 무엇이었나, 아니 무엇이었을 수 있었나 (2)
가령 퀴어(게이, 드래그 퀸, 트랜스젠더, 크로스드레스들), 세븐틴들, 언더그라운드에 소속된 음악가들, 범죄자들, 그리고 성애를 탐닉하는 다양한 육체들. 모두가 이 사회에서 “타지(他地)”로 추방된 사람들이다. 이 시집은 그들의 삶이 모여든 장소이며, 그들과의 심리적 친밀감이 밑바탕에 흐르는 시들의 집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그리고 이 집은 사국(死國)14)에 있다. 문제는 타지로 추방된 존재들을 이야기하는 시집을 다루면서 이를 타지로 추방시킨 비평의 언어가 있다는 점이다. 왜 이 시집을 이야기하는 비평들은 이 시집의 첫자리에 놓인 가족의 풍경을 읽지 않고 바로 퀴어 미학을 이야기하는 쪽으로 달려갔을까? 타인의 가족에 관해서는 엄숙해지는 게 불문율일까. 모던한 문학에 전통적인 문화를 들이댄다는 것이 불경해 보여서일까. 비합리적인 무속 문화에 대한 청산주의일까.
-
문장웹진 > 문장웹진 > 소설 어그로꾼
“사실 나는 트랜스젠더 1호다.” 초등학생인 우리들에게 그 말은 이해하기 어려운 단어였다. 방송에서 한창 하리수라는 가수가 이슈가 되긴 했지만 우리에겐 그저 예쁜 언니일 뿐이었다. 미스 손은 원래 자신이 남자였기 때문에 본능적으로 남성보다는 여성에 관심이 많다며 호진이는 그저 자신의 성적 실험 상대였다고 둘러댔다. 당시 그녀는 아마도 우리가 볼 수 없는 19금 책들을 많이 섭렵한 듯했다. 미스 손은 고백을 끝내자마자 호진이 앞에서 보란 듯이 내게 키스를 하였다. 나는 놀라 가만히 서서 눈만 멀뚱멀뚱 떴다. 불행히도 그녀는 내 입술의 첫 주인공이 돼버렸다. 레즈비언이란 단어를 어디서 들었는지 그 뒤로 아이들은 나까지 싸잡아 동성애자라 놀려댔다. 한 여자 아이는 내게 불결하다는 내용의 긴 글까지 남겼다. 소문은 일파만파로 퍼졌고 급기야 부모님까지 호출이 되었다. 황당해하는 엄마 앞에서 담임선생님은 학부모들의 잇단 항의에 어쩔 수 없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