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101)
-
문장웹진 > 문장웹진 > 모색 [글틴유감_10주년 특집] 76
[글틴유감_10주년 특집] 76 양선형 글틴에 처음 가입했을 때 내 나이는 열일곱이었다. 나는 당시 막 고등학교를 그만둔 참이었는데, 함께 자퇴한 친구가 있었고, 그는 연일 양아치들을 따라다니며 술을 마셨다. 밤마다 전화를 했다. 여자친구가 생겼어. 나는 친구가 별로 없었다. 여자친구도 없었다. 인터넷으로 블로그를 열심히 했다. 이런 글을 썼다. 오늘은 쿤데라를 읽었다. 좋았다. 나는 우울한 아이이다. 나는 나의 중이병을 통제할 여력이 없다. 돈도 없다. 글틴에 블로그에 올리던 비평이며 시를 게재했는데 평이 돌아왔다. 나는 시를 쓰고 싶었다. 글틴에는 시를 쓰는 사람들이 많았다. 나는 시를 잘 쓰고 싶었다. 글틴에는 시를 잘 쓰는 김대진이 있었다. 나는 김대진에게 말했다. “나는 우울해.” 글틴에는 철학적 소양이 남다른 이이체가 있었다. 나는 이이체에게 말했다. “나는 우울해.” 글틴에는 여자를 잘 꼬드기는 이창훈이 있었다.
-
문장웹진 > 문장웹진 > 모색 [글틴유감_10주년 특집] 본격주류문학_번외편
[글틴유감_10주년 특집] 본격주류문학(번외 편) 쓸데없이 고퀄. 쓸모없는 열심, 돈도 떡도 안 나오지만 ‘그냥’ 재미있어서 했다.(어쩔래?) ―김PD용 대본 # 오프닝 “재미없는 인생은 죄악이다!” 똑같은 시간에 일어나 똑같은 시간에 집을 나서고 똑같은 시간에 퇴근해 똑같은 시간에 잠자리에 들던 한 여자가 어느 날 변기에 앉아 있다 이처럼 버럭 외쳤습니다. 2011년 여름, 건대의 어느 허름한 술집. 여자는 주먹으로 테이블을 쾅 내리치며 말했습니다. “이렇게 평범하게 술만 퍼마시다가 30대가 될 수는 없다!” 동석자들은 여자의 열정적인 대사에 반색하며 화답합니다. “드디어 알코올 중독 치료 받는 거야?” 이어진 여자의 대사는 이들의 인생에, 안 그래도 많은 오점을 하나 더 남기는 저주의 씨앗이 됩니다. “술 마시는 방송을 만들자. 방송을 위해 술을 퍼마시는 거야!” # 멤버 소개 및 근황 토크 본격주酒류문학 애청자 여러분, 오랜만에 인사드립니다.
-
문장웹진 > 문장웹진 > 모색 [글틴유감_10주년 특집] 10
[글틴유감_10주년 특집] 10 박서련 구멍 뚫린 그림 수 점에 대해 생각한다. 한 번은 걷다가 뜬금없이 눈물이 주륵주륵 나서 보도 한켠에서 심하게 울었다. 어릴 때는 이런 게 예민한 감성의 증거라고 믿었으나 이제는 심한 감정기복과 불안한 심리상태가 걱정될 뿐이다. 그로부터 십 년이다. 무엇이 변했는지, 무엇이 그대로인지 따져보기를 좋아한 것도 몇 년 전까지고 요새는 그저 떠오르는 것을 받아먹는 식으로 그때를 곱씹는다. 의외로 기억이 마르지 않는다. 작고한 뮤지션들의 수많은 명곡들을 듣고 있자면 아직 그들이 살아있는 것처럼 느껴지듯이. 기억이 중첩될수록 의미는 더 많이 발생하고, 구구해지고, 변형되고, 마침내는 기억을 제외한 인상들끼리 번식을 시작한다. 나는 영등포역에 있다. 오 분 전까지만 해도 영등포에 기차역이 있는지 전혀 몰랐다는 듯한 표정이다. 혼자는 아니다. 함께 부산에 가기로 한 사람들 중 아직 오지 않은 한두 명을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