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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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분노의 포도
분노의 포도 ―드라마 6 권혁웅 주(朱)와 강(姜)은 호형호제하는 사이였다 한 잎새 아래 모여 있는 포도 알들마냥 한 지붕 아래서 두 가족이 종주먹처럼 살았다 작은 부엌을 사이에 두고 왼쪽이 주, 오른쪽이 강이었다 아니, 반대였던가? 둘은 동고동락했다 문제는 동거동락이라는 오자(誤字), 취기는 본래 좌우를 가리지 못한다 술에서 깬 강 옆에는 사우디에 가 있던 주의 마누라가 누워 있었다 엎질러진 포도주였다 배반이 낭자하다의 그 배반이 아니었던 거다 아이는 작은 주(朱)가 되었다 아버지와 아저씨가 이름과 방을 바꾸었던 셈이다 호형호제를 잘하면 호부호형을 못한다 아니, 호가호위였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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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라스 우바스(Las uvas)
사람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1) 새해가 되면 포도 열두 알을 먹는 스페인의 풍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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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소설 건널목의 말
한숨을 쉬니까 입에서 포도 냄새가 났다. 그렇게 서울로 돌아가기 전날 밤에는 걱정을 미리 사서 했다. 전전긍긍하였다. 따뜻한 물에 몸을 담그며 마음은 평안해지는 듯했지만 아주 잠깐 2초쯤 회사가 너무 가기 싫어서 눈물이 날 것 같았다. 하지만 그 시간을 빼고는 그 시간은 빼지지가 않았지만 그래도 긴장을 풀고 편한 마음이었다. 어디에 무언가 남아 있는 감각 잔잔한 표면 아래 녹지 않고 남아 있는 고체들을 나는 생각했다. 씻고 가운을 입고 침대에 누웠을 때는 자꾸만 눈물이 났다. 침대 머리맡 옆에 놓인 서랍장 위에는 호텔 입구에서 가져온 신문이 있었고 그 위에는 뱉어 놓은 포도 껍질로 바닥이 신문이었다는 것을 알 수 없을 정도였다. 고개를 돌리면 포도 냄새가 났고 이불을 머리 위로 덮으면 멀어졌다. 방은 건조하고 포도 껍질도 말라 갈 것이다. 울긴 울었지만 부산에서는 잘 쉬다가 서울로 돌아왔다. 시간은 흐르고 하던 것을 하고. 그런데 자꾸만 부산에 다시 가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