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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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파토스 이후, 시는 어떻게 가능한가
두 권의 시집(『라디오 데이즈』(2006), 『세계의 모든 해변처럼』(2012))으로 이미 자신의 문학적 포지션을 획득한 하재연 시인의 경우도 이 흐름에 속한다. 봄기운이 한창인 어느 평일 오후, 혜화동에 위치한 ‘예술가의 집’에서 하재연 시인을 만났다. * ▶ 고봉준 : 인터뷰에 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별도의 질문지를 만들었지만, 막상 시인을 대면하니까 즉흥적인 질문으로 인터뷰를 시작하고 싶은 생각이 드네요. 혹시 영화 〈시〉 보셨나요? ▶ 하재연 : 네. (웃음) ▶ 고봉준 : 어떻던가요? (웃음) ▶ 하재연 : 생각보다는 재밌게 봤어요. ▶ 고봉준 :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시’에 대한 생각이 영화의 주인공이 가지고 있는 것과 비슷할 듯한데, 하재연 시인의 시는 우리가 친숙하게 알고 있는 ‘시’와 많이 다르잖아요? 혹시 영화를 보면서 영화가 보여주는 ‘시’가 촌스럽다고 생각하지는 않으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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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터치
터치 하재연 변주하기 위해서가 아니라면 이 음계는 시작되지 않았을 것이다. 손가락은 고립된다. 각자의 음을 발설한다. 단 하나의 음절들이 모여서만 이루어지는 가능. 머무름이 옮겨가는 지도들의 좌표와 검고 흰 것 사이에서 나는 미끄러진다. 땀이 난다, 1번이었고 꿈속에서도 들어본 적 없는 멜로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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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화이트홀
화이트홀 하재연 학교에는 못 같은 것이 몇 개쯤 나와 있었다 유난히 머리가 큰 남자 아이도 책상 앞쪽에 걸려 있었다 세계지도 뒷면에서 자라는 축적들이 아침이면 고요히 접히곤 했다 우리는 함께 길어지고 있는 줄 알았는데 이미 밤의 느낌으로 오래전 무력화된 것 같다, 고 생각한다 자석 바깥에 달라붙은 새까맣고 의미 없는 찌꺼기들처럼 나는 나를 지금까지 뱉어내고 있던 것이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