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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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_콤마 > 소설 방아쇠
민주는 바로 경숙이를 학폭 가해자로 신고했고 나는 학폭 책임 교사에게 알렸다. 사안 조사가 시작됐고 민주와 경숙 엄마에게 연락해서 상황을 설명했다. 원래 친하게 지냈던 아이들이라 학부모 간에도 아는 사이였고 양쪽 다 학폭까지 가는 걸 원치 않았다. 진술서 쓰라니까 싫다고 뛰쳐나갔어요. 내 말에 경숙이 엄마가 제 딸을 반 죽여 놓겠다고 했다. 그 말에 민주 엄마도 웃었다. 그래서 진술서 작성과 사건을 인지하고 있었다는 보호자 확인서로 해결될 듯했다. 그런데 민주가 느닷없이 117로 학폭 신고를 한 것이다. “사과 편지가 이게 뭐냐, 어? 다시 써. 볼펜으로 정성껏 또박또박, 길게 구체적으로. 너 같으면 연습장 쭉 찢어서 줄 북북 그은 편지 받고 알았어. 용서할게, 그러겠냐? 그리고 이것도 민주가 받겠다고 해야 전해 줄 수 있어. 알겠냐?” 네, 경숙이 편지를 받아 주머니에 구겨 넣으면서 학년실을 나갔다. 예고된 시각에 학교 전담 경찰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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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_콤마 > 소설 멀미
이 정도 일로 학폭 다 받아 주면 안 걸리는 애들이 있겠어요? 현서 엄마는 내친김에 다 풀어놓는다는 듯 담임교사에 대한 불만을 길게 늘어놓다가 다시 본론으로 돌아왔다. 학폭위 열려도 우리 애들 크게 잘못한 건 없으니까 사과 정도로 끝나겠지만, 그런 일 있고나면 괜히 트라우마 생길 수도 있고 학교 서류에 남는 것도 찜찜하고. 그래서 말인데… 해준 엄마가 그쪽 한번 만나 볼래요? 주안 엄마를요? 왜, 전에 보니까 둘이 이야기도 좀 하고 지내는 것 같고…. 자기가 말도 나긋나긋하게 잘하잖아. 애들 학폭까지는 안 가는 걸로 잘 좀 얘기해 봐요. 사과를 원하는 거면 우리가 다 같이 사과도 할 수 있고, 돈을 원하면 뭐… 그것도 우리가 어느 정도 합의해서 주고 끝내면 되는 거니까. 돈이요? 결국 그쪽에서 원하는 건 뻔하지 않겠어요? 애를 빌미 삼아서 한몫 챙겨 보려는 거지. 이래서 없는 사람들이 무섭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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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모색 폭력의 공식
수완이 아빠가 학폭 열면 너 어쩔 건데? 일 벌려 부모님 오시게 할라고? 아주 네가 우리 학교 전설인 네 누나들 얼굴에 먹칠을 할라고 작정을 했구나.” 누나들을 들먹이자 내 안에서 적개심이 활활 타오른다. 샘들한테 한두 번 당한 비교질이 아니라서 더 짜증난다. 하지만 그건 딱히 샘을 향한 것만은 아니다. 그냥 오래 전부터 내 안에서 뭉쳐 있던 불만의 체증에 불씨가 붙어 미친 듯이 불길이 번지는 것만 같다. “헌석아, 샘이 초기 진화해 줄라고 애쓰는 거 안 보이니? 협조해. 셋 셀 때까지 입 안 열면 나 손 뗀다.” 난 입을 더 야무지게 다물었다. 절대 입을 열면 안 된다. 내 안엔 적의가 활활 타고 있어서 지금 입을 떼면 욕이 튀어나올지도 모른다. 여기서 두 자리 숫자 욕이 입 밖으로 뱉어지면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나빠질 것이다. 1 + 1 = 2가 아니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