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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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한국문학을 부탁해
[한국문학에 바란다!] 한국문학을 부탁해* ―한국문학을 위한 네 개의 시선 강미영 (민음사 편집자) 1. 아무도 모른다 『스티브 잡스』가 종합 베스트셀러 1위 자리를 내준 지 4개월째다. 너는 〈해를 품은 달〉의 김수현이 흘린 눈물과 한 여인을 향한 애끓는 연심에 마음 아파하며 책을 샀다. 〈도가니〉의 공유와 함께 분노했고, 〈완득이〉의 유아인을 보곤 실컷 웃었다. 그리고 또 동명의 책을 한 권쯤 샀다. 제목에 반해 『아프니까 청춘이다』의 대열에 들어섰고, 내심 『정의란 무엇인가』 궁금하기도 했지만 곧 책꽂이 어딘가에 방목하기로 마음먹었다. 너는 고인의 명복을 빌며 『스티브 잡스』를 절반쯤 읽었고, 〈나꼼수〉에 열렬한 지지를 보내다 『닥치고 정치』를 샀다. 그랬다, 너는. 종합 베스트셀러 10위권 밖에 어떤 책이 있는지 알지 못했으며, 물론 알고 싶어 하지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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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한국 소설 고르는 법
[한국문학에 바란다!] 한국 소설 고르는 법 한윤정(경향신문 문화부 차장) “요즘 어떤 소설이 재미있어?” 문학 담당 기자인 내게 주변 사람들은 종종 이런 질문을 던진다. 글쎄, 사람마다 모두 취향이 다른데 내가 재미있게 읽었다고 해서 다른 사람도 재미있으리라는 보장이 있을까. 자신 있게 어떤 책을 권해 주기가 어려운 이유다. 결국 (지난해 같은 경우)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를 아직까지 안 읽었으면 읽어 보라든지, 『두근두근 내 인생』을 쓴 김애란이 젊은 세대를 대표하는 작가라든지, 정유정의 『7년의 밤』은 장르와 순문학의 경계를 해체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든지 하는 이야기를 해줄 수밖에 없다. 이처럼 재미있는 소설을 권해 달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다소 난감한 느낌과 함께 두 가지 생각이 떠오른다. 첫째, 질문을 던지는 사람은 정말 어떤 소설을 읽어야 할지 모를 수 있겠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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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더 많은 편집자를!
[한국문학에 바란다!] 더 많은 편집자를! 원미선 (《문예중앙》 편집자) 나는 어떤 불균형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 한다. 내가 아는 어느 8년차 후배 편집자의 인생에 기적과 같은 균형이 잡히는 날도 언젠가는 와주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그녀가 편집자의 길에 들어선 것은 순전히 우연이었다. 편집자 중에서도 문학서 편집자가 된 것은 그보다는 덜 우연적이었다. 대학에서 문학을 전공했고, 소설책이나 시집 이외의 책은 책으로 생각하지 않는 삶을 대책 없이 오래 고수했기 때문이다. 뜻밖에 그런 시간의 보람을 누릴 수 있는 직업, 그게 편집자였다. 편집자가 무엇에 쓰이는 존재인지 알아 가는 동안 맛보았던 즐거움, 고달픔, 희열과 좌절의 교차 뒤에 첫 책이 탄생하던 순간, 열 애인과도 맞바꾸지 않을 그 수업시대의 기억을 불러올 때 지금도 그녀의 얼굴은 반짝반짝 빛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