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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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모색 글틴 회상
[글틴 스페셜-글틴 출신 작가 초대석] 글틴 회상 양선형 글틴에 처음 가입했을 때 내 나이는 열여덟이었다. 나는 열일곱 여름 고등학교를 그만두었으며, 기나긴 잠, 그리고 잠보다 더 지루하게 계속되는 무기력한 기분 속에 빠져 있었다. 다른 사람들은 자신의 청소년기를 어떻게 기억하는지 모르겠다. 내게 청소년기는 무기력과 권태, 소파 위에 누워 뭔지 모를 불만으로 뒤척이는 나날들을 환기시킬 따름이다. 나는 종일 영화를 보거나 제자리에 가만히 엎드려 있었다. 가끔 산책을 했으며 일주일에 한 번 친구들을 만나, 이 불쌍한 고등학생 놈들, 이죽거리며 반나절에 이르는 수면 시간이나 궤도를 완전히 잃어버린 생활의 리듬을 자랑스럽게 이야기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나는 쉽게 침울한 기분을 느꼈다. 친구들은 내 길게 기른 머리카락을 제외한 자퇴생의 장점들을 별로 부러워하지 않았다. 글틴 사이트를 알게 된 것은 그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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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말하는 강아지 낑깡
그리 멀지 않은 과거 낑깡의 반려 인간은 낑깡이 자신의 말을 대충 이해하는 것을 보고 자신은 강아지 언어를 전혀 이해할 수 없지만 낑깡은 대충이라도 이해하는 걸 보면 자신이 강아지 말을 익히는 것보다 낑깡에게 인간의 말을 가르쳐주는 것이 더 수월하겠다 하는 판단을 내리고 낑깡에게 인간의 말을 가르쳐주었다 낑깡이 처음부터 인간의 말을 잘한 것은 아니다 낑깡은 물음표가 무슨 뜻인지 이해하지 못해 물음표가 있는 문장을 읽을 때마다 반려 인간의 손을 깨물곤 했다 낑깡이 처음으로 무언가를 읽지 않고 스스로 생각해서 말한 인간의 말은 주인님아 였다 낑깡은 반려 인간이 스스로를 주인님이라 칭해서 그의 이름이 주인님인 줄 알았다 낑깡의 반려 인간은 낑깡이 낑깡과 자신을 주종관계라 여기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오래된 과거는 이제 지나고 낑깡은 이제 능숙하게 인간의 말을 한다 회상 끝 회의에 참여한 입주민들 모두 이에 동의했다 사람 열두 명과 강아지 한 마리가 참석한 2/4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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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모색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통해서 본 ‘회상’의 의미
프루스트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는 우리의 기억에 관한 놀라운 성찰, 곧 과거에 대한 ‘회상(回想)’을 통해 드러나는 새로운 시간, 새로운 공간, 그리고 이것을 통해 이루어지는 인간의 구원에 대한 통찰이 소중하게 담겨져 있지요. 바로 이것이 이 작품을 위대하게 만든 겁니다. 어디 그런지, 한번 볼까요? 요. 프루스트는 훈장을 받을 만큼 저명한 의학자인 아드리엥 프루스트 교수의 아들로 태어났지만, 육체적으로 병약하고 정신적으로 예민하여 어머니와 외할머니의 과잉보호 아래 문학사상 유래가 없는 “응석받이”로 자라났다고 합니다. 그리고 젊은 시절에는 물려받은 재산으로 파리의 퇴폐적 상류 사교계나 드나들던 삼류 비평가에 불과했지요.